편애로 삐뚤어진 염상구들의 사회사는 ‘태백산맥’을 넘어 세계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빌헬름 라이히는 [파시즘의 대중심리]에서 그런 삐뚤어짐을 세계사의 야만, 파시즘의 작동기제로 설명한다.
라이히는 파시즘을 ‘평범한 인간의 성격구조가 조직화되어 정치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설명한다. 라이히는 가부장적인 권위주의 사회에서 ‘성격무장’을 통해 ‘자유능력’을 상실한 인간들이 자발적으로 권위에 기댐으로써 파시즘과 같은 독재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한다.
그들 말하지 못해 억눌렸던 목소리들이 분별 있게 표출되었다면 좋았으련만 인정받기 위한 그들의 행위가 타자에 대한 몰인정이라는 폭력을 야기함으로써 모두의 불행을 초래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어떤’ 권위에 기댈 것인지 분별하지 못해 일어난 무분별한 행동은 그들의 잘못이지만 형식적이고 배타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사회구조 속에서 애초에 그들이 온전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마련해 주는 것은 ‘건강한 권위들’의 몫이리라
-하영진, ‘그들이 가장 빛났던 순간’, <보라의 시간> 66-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