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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살아도 되니까

by 영진

백승수: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그동안 상식적인 척, 양아치 아닌 척, 적어도 정상적인 조직인 척 흉내는 냈던 것 같은데.


권경민: 백승수, 내가 진솔하게 말해 볼까? 왜 이렇게까지 하나면... 이렇게 해도 되니까. 생각해 보니까 이렇게 해도 되더라고. 우리 백 단장도 나한테 따지지 말고 그냥 나처럼 해. 밑에다가 그렇게 됐으니까 그렇게 하라고 해. 윗사람 들이받는 거보다 아랫사람 찍어 누르는 게 훨씬 쉬워.


‘이것은 야구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포스트 문구에 공감이 갔던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대사 중 하나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이렇게 해도 되니까’


드라마의 명대사라고 불리는 위 대사가 요즘 부쩍 생각나는 이유는 지구상에서 ‘국가’라고 불리는 ‘조직’을 이루는 ‘대통령, 정부 관료, 정치인, 법조인, 재벌, 지식인 등’의 ‘주권자 국민들'에 대한 행태들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상식적인 척, 양아치 아닌 척, 적어도 정상적인 조직인 척 흉내는 냈던 것 같은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도 바빠 더 이상 ‘척’할 겨를도 없어진 것일 게다.




인간 生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한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이렇게 해도 되니까’라는 물음과 답변이 요 며칠 사이 다시 생각난 것은 지난 4월 21일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 때문인 듯 싶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잊지 않기 위해 최초로 프란치스코란 교황명을 택했다’

‘2013년 교황 즉위 이후부터 월급을 한 푼도 받지 않았고, 스스로 청빈한 삶을 살겠다고 가난 서약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교황은 유언에도 “무덤은 지하에 특별한 장식 없이, 단순해야 한다. 비문엔 ‘프란치스코’만 새겨져야 한다”며 소박한 장례 희망을 담았다.

‘인간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습니다’

‘전쟁을 멈추고 굶주린 자들을 도우라’

‘생명은 모두 소중해요. 우리와 가깝지 않거나, 관습이나 삶의 방식, 사상이 다른 이에게도 신뢰와 희망을 품으세요.’


'가난한 자들의 벗', '빈자의 성자' 프란치스코 교황께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살아야 하는 겁니까?’ 여쭙고 싶어진 것이다.


교황께 답을 구할 수는 없지만 그 물음에 누군가가 ‘그렇게 살아도 되니까’라고 답해도 고개가 끄덕여 질 것 같다.


또 다른 누군가가 ‘인간은 나약한 존재니까’라고 답해도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은 나약한 존재라는 자각은 자신보다 더 나약한 존재를 찍어 누르게 할 수도 있지만, 자신과 같은 이웃의 나약한 존재를 잊지 않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을 통해서 교황처럼은, 교황만큼은 아니더라도 인간은 나약한 존재라는 자각에 이른 이들이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이, 그렇게 살아도 되는 것이 인간의 生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2025.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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