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두 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나서야 이행점검기구에 특조위원들의 참여를 허용했다. 첫 회의 자리가 생생하다. 나는 그때 ‘발전소 폐쇄를 앞두고 안전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으니 이 부분을 특별히 점검하자’고 했다. 국무조정실 담당자는 ‘이행점검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펄쩍 뛰었다. 뒤늦게나마 특조위원들이 살펴본 발전소 현장은 심각했다. 김용균이 사망한 컨베이어벨트, 김용균이 소속된 1차 하청 중심으로 안전 제도가 강화됐다. 대신 2차 하청과 청소 자회사 노동자들에게로, 위험이 더 아래로 내려갔다. 위험은 더 보이지 않는 곳으로 고이고 있었다.
지난주 태안발전소 2차 하청 노동자 김충현의 사망사고 현장을 보았다. 생전 책상 위에 펼쳐놓은 책 <이재명의 기본소득>을 보니 회한이 일었다. 김충현은 이재명 정부를 희망했다. 그러나 ‘고 김충현의 이재명’은 ‘고 김용균의 문재인’과 다를까. 나는 더 이상 민주당 정부에 희망을 걸지 않는다. 언론사 카메라 앞에 선 그들의 말들을 믿지 않는다. 김훈의 말처럼 “빛나는 말이 모자라서 세상이 이 지경인 것은 아니다.” 다만 카메라가 꺼지고 사람들이 돌아간 뒤 은밀하게 꺼내는 바싹 마른 말들을 두고 볼 것이다. 주말에 열린 김충현 추모 집회에는 ‘이재명 대통령, 발전 비정규직과 만납시다’라는 구호가 걸렸다. 이는 이재명 정부에 거는 순진한 희망의 말이 아니다. 책임의 언어다. 당신들이 내뱉은 말을 입증해야 할 차례다.
-경향신문, 2025.6.8. 기사 <김충현의 이재명은 다른가> 중에서
‘혐오 표현을 규제하겠다.’ 최근 민주당 의원들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철회했다. 그런데 “법안 자체는 정보통신망 건전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니 ‘성적 지향’을 삭제해 다시 발의하겠단다. 18년째다. 법안에서 ‘성적 지향’을 삭제하는 일이 성소수자는 법의 보호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가 됨을 모르는 듯하다. 그러면서 진심으로 혐오와 차별에 맞서는 중이라 믿는 듯하다.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는 표현을 규제하겠다면서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는 행동을 하는 걸 달리 이해할 방법이 없다.
긴 시간이 흐르며 민주당의 DNA는 스스로를 속이는 방향으로 진화한 듯하다. 시민들은 혐오 표현이나 차별을 없애달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평등한 공론장을 만들어 우리 스스로 세상을 바꿀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평등한 공론장을 닫으며 표백된 공론장을 만들겠다고 한다. 시민들은 어떤 정체성을 존엄과 권리가 부정당해도 되는 이유로 만드는 이들에 맞서 대신 싸워달라 요구하지 않았다. 우리의 대항이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음을 인정하고 동참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페미니즘을 부정하며 성평등을 이루겠다고 한다. 잠시 숨길 뿐이라는, 나중에 할 것이라는, 어쩌다 시작된 변명이 자기복제를 거듭한 결과다.
-경향신문, 2025.6.10. 기사 <민주당의 성평등 DNA> 중에서
앞으로 뭘 해야 할까. 우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위험성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고, 방류 중단을 위한 실질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 바로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다. 제소에서 한국이 이긴다면 일본은 방류를 멈추고 지상에 오염수 저장 탱크를 더 만드는 등 조치를 할 것이다. 해양법재판소 제소는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이던 2023년 내놓은 오염수 대처 방안이기도 하다. 제소를 전후해 일본 정부에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개진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대외정책 방침은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라고 한다. 한·미·일 협력을 다지고,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일본과의 협력을 고려해 감수하고 지나갈 일이 아니다. 현세대의 편익을 위해 미래세대가 누릴 바다의 안전에 잠재적 위험 부담을 지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에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볼 일이다.
-경향신문, 2025.6.10. 기사 <이재명 정부와 후쿠시마> 중에서
하려했던 것으로 보이는 하지 못했던 일들
하겠다고 내뱉었던 말들
지금은 그 일들을 하기 위해
지금은 그 말들에 책임지기 위해
‘평등한 공론장’을 만들어 가기를
설득과 실천의 역량을 보여주기를
2025. 6.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