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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한 걸음

묘하게 평화로운

by 영진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배경을 이루는 아버지의 장례식장의 풍경이 ‘묘하게 평화로운’것이었다는 대목은 삶은 영원하지도, 인간은 완전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묘하게라도 평화로운 것이 전쟁을 겪는 것보다는 낫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만 같아 작은 위안을 주기도 한다.


“아버지의 지인들은 우리나라의 보수 진보와는 달리 언성을 높여 성토하는 대신 서로 아랑곳하지 않으며 자신들 방식대로 아버지를 추도하는 중이었다. 묘하게 평화로웠다.”(아버지212) 아리의 말처럼 “적당히 분주하고 평화로웠”(아버지212)던 아버지의 장례식장은 “어쩌면 죽음으로써야 비로소 가능한 평화일지도 몰랐다.”(아버지212)


인류의 존망이라는 처절한 전쟁터에 내 던져진 것만 같은 오늘의 ‘해방주체’들이지만 ‘해방주체’들이 서로에게 ‘자신들 방식대로’ ‘적당히 분주한’ 삶의 태도를 존중해 주는 것은 ‘해방주체’들이 ‘평등하게’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덕목’이자 ‘여유’로 보인다.


-하영진, ‘아버지의 해방일지’, <고요히 한 걸음> 104쪽.





고요히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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