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로도토스는 “행복이란 덧없는 것임을 안다”(1권)고 말한다. 남의 것을 빼앗아 부와 권력을 이루는 행복의 운명을 일컫는 말일 것이다. “전에는 강력했던 수많은 도시가 미약해지고, 내 시대에 위대한 도시들이 전에는 미약했다.”(1권)는 것이 빼앗는 자들이 마주할 행복의 운명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헤로도토스 자신이 경험한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을 통한 깨달음이다. 그 깨달음에는 수많은 다른 민족과 아시아 전체를 지배하자고 제안했던 이에게 퀴로스 왕이 했던 “지배 민족에게 피지배 민족이 될 각오를 하라”(9권)는 경고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 경고에 따라 어떤 페르시아인들은 “평야를 경작하며 남의 노예가 되느니 척박한 땅에 살며 지배자가 되기”(9권)를 선택한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전쟁을 선택했다.
빼앗고 빼앗기는 전쟁의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빼앗는 행복을 덧없는 것으로 받아들일지는 각자의 몫이다. 헤로도토스는 [역사]를 통해 자신의 깨달음을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하영진, ’지배하지도 지배당하지도‘, <웃으며 한 걸음> 152쪽.
헤로도토스가 그리스-페르시아 전쟁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후손들에게 그들의 유산을 물려주기 위해 썼다는 <역사>는 그 자체가 하나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헤로도토스가 책을 시작하며 들려주는 솔론의 ’행복‘과 책을 맺으며 들려주는 퀴로스 왕의 '경고'가 그렇고, 자연을 통한 과학이,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철학이 이제 태동하던 그 시기에 ’인간은 자신의 행위를 돌아볼 줄 아는 존재‘라는 ’유산‘은 그 이후 과학의 발전이라는 원인과 인간의 삶의 풍요라는 결과를 가져다 주었을 것이다.
그 유산 중에는 ’관습이 만물의 왕‘이라는 것도 있다. 당시에는 전쟁도 관습이었고, 인간들이 다른 인간들을 노예로 삼던 것도 관습이었다. 그로부터 2,500년이 지난 오늘날 관습은 여전히 왕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만 같다.
헤로도토스는 ’다른 관습‘도 있다는 유산도 남겨 주었다. 자신들을 침략하고 노예로 삼던 관습에 저항하던, 민주정을 꽃 피우며 스스로 주인이 되고자 했던 '인간'이라는 유산도 남겨준 것이다.
그때도 인간은 진화 과정에 있었고 그 과정에는 '발전'했다고 부를만한 진보의 결과도 있었던 것이다. 오늘도 전쟁은, 불평등은 ’관습‘처럼 계속되고 있지만 전쟁과 불평등에 저항하던 관습도 인간의 역사에서 유산으로 남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과학과 성찰‘이 가져다 준 지혜와 함께 전쟁도 불평등도, 그에 대한 저항도 계속될 것이다.
2025. 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