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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Jul 23. 2023

바르다와 함께한 시간들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Faces Places> 읽기

예술은 놀이다. 노는 게 예술이니 잘 놀면 예술이다. 신명 나게 노는 이들을 보면 예술이라는 말이 입에서 저절로 나온다. 누구나 놀 수는 있지만 ‘잘’ 놀아야 예술이다. 잘 놀면 예술이 되지만 잘 논다고 예술가는 아니다. 예술가는 재능도 있고 기능도 가지고 있지만 그 무엇보다 예술에 ‘자신’을 담을 줄 아는 사람이다. 


즐겁게 놀고 싶은 것이지 즐거워야 놀이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놀이는 인간의 여러 활동 중 하나이다. 예술도 활동이다. 재능과 기능을 바탕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활동이 예술이다. 인간은 누구나 예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상의 활동이 예술이 되어 삶이 예술이 되기도 한다. 누구나 예술을 하지만 다 같은 예술도 아니다. 


예술작품에는 예술가 자신이 담겨있다. 나는 예술가가 작품을 통해 표현한 작품에서 예술가의 ‘생각’을 엿본다. 사람과 세상에 대한 그 예술가의 생각을 감상한다. 그 생각이 어떻게 표현되든 표현 방식이 어떻든 예술작품은 예술가의 ‘생각’의 표현이다.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Faces Places)>에서 감독 바르다의 ‘생각’을 엿보았다. 바르다와 사진작가 JR은 마을과 일터를 찾아가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사연과 얼굴을 담은 모습을 촬영해 그들의 마을과 일터에 전시한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 없고 소중하지 않은 사연도 없다. 세상에 하나뿐인 얼굴, 삶의 흔적이 새겨진 얼굴, 얼굴에는 눈이 있고 눈을 통해 그 사람을 본다. 손과 발을 통해서도 본다. 마을에서 일터에서 소중하지 않은 얼굴은 없다. 


사람들의 얼굴과 모습을 사연에 따라 촬영하여 마을과 일터에 예술작품으로 전시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찾아주고 일터에서 존재감도 느끼게 하고 사람들 사이의 연대감도 갖게 한다. 그들의 예술 활동에서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바르다와 JR이, 그리고 그들과 사람들이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사연을 듣고, 작품을 구상하고 전시하는 과정, 예술작품이 탄생하는, 그들이 함께 작품을 만드는 그 활동의 시간이 좋았다.  


그 과정 자체가 이미 즐겁고 행복한, 서로를 하나로 이어주는 활동에서 바르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개개의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공감하고, 노동자들의 연대의식을 표현해 줌으로써 또 다른 의식을 일깨운다. 그리하여 마을과 일터에 전시된 사진은 바르다 자신을 담은 바르다와 사람들의 예술이 되었다.


바르다가 사진에 담은 것은 그저 사람들의 얼굴이나 모습이 아니라 바르다가 빚은 것들이다. 바르다의 생각이 빚어낸 예술이다. 그 생각이 예술작품으로 표현되어 함께했던 사람들과 살아  숨 쉰다. 그들의 마을과 일터는 예술작품의 전시장이 된다. 이제 바르다를 통해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삶을 예술로 만드는 활동을 할 수 있다면 그들의 삶은 예술이 될 것이다. 


바르다와 JR처럼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얼굴을 사진에 담는다. 사진에는 사람들의 얼굴과 함께 자신의 ‘생각’이 담긴다. 그 생각은 자신이 바라는 사람과 세상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자신의 그 생각을 담았다는 것이 중요할 것이고 이미 갖고 있을 그 생각을 잘 담았느냐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예술이 아니 되어도 잘 노는 활동은 삶에서 중요해 보인다. 마을에서 일터에서 잘 노는 게 잘 사는 길이기도 하다. 무엇을 하며 놀든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살면서 내 생각대로 놀 수 있다면 예술가라 불릴 것이다. 그 자체로 즐거웠던 바르다와 함께한 시간들.


2018.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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