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곳곳에 쌓인 담인 듯 담 아닌 듯 나지막한 돌담들이 참 정겹다.
돌담으로 이어진 돌담길을 따라 걷고만 싶어진다.
버스 창밖으로 길게 이어진 농장들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스르르
저 멀리 에콰도르에서 길게 길게 이어지던 사탕수수 농장을 지나 다다랐던 몬타니타로 가고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서핑의 성지라는 소개에 이끌려 갔던 곳. 몬타니타. 서퍼도 아닌 내가 서핑 대회라도 열리는 듯 각자의 서핑 보드를 들고 그 곳으로 향하는 여행자들 틈에 끼여 버스에 실려 간다.
오래전 몬타니타 해변으로 돌아간 지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해변보다 해변이 내려다보이던 호스텔 ’푼토 베르데‘이다. 네덜란드에서부터 요트로 여행을 하다 그곳에 정착해 호스텔을 지어 살고 있다는 주인장의 영화 같은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한데, 지금 ’푼토 베르데‘가 떠오르는 건 그 호스텔을 손수 지었다는 것 때문도, 호스텔의 테라스에서 내려다 보이던 멋진 바다 풍경 때문도 아니다. 오직 나무로만 지었다는 친환경의 호스텔이었다는 사실 때문인 듯 싶다.
몬타니타 해변은 그대로 있을 것이고 그 곳을 찾는 서퍼들의 발걸음도 여전하지 않을까 싶다. 한데, 십여 년이 지난 지금 ’푼토 베르데‘는 아직 그 곳에 있을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그 주인장만 아니라 모양은 제 각각이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생을 조각하며 살아간다.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넘치면 넘치는 대로 그렇게 자신만의 생을 조각하는 행위야말로 생을 생이게 하는 것이 아닌지.
2025. 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