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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유 행위

모순의 바다 건너

by 영진

아도르노의 변증법적 사유에서는 촘촘한 미시론적 사고를 강조한다. 한데, 아도르노는 데카르트식의 차곡차곡 쌓아가는 사고를 ‘계단의 우상’이라고 비판하며 때로는 ‘날아갈 줄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순된 것처럼 들리는 아도르노의 주장은 현실이 모순적이라는 한 예를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현실과 사유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실과 사유의 동일성을 전제하는 ‘개념적’ 사유는 늘 모순된다.


‘모순’이라는 표현 대신 ‘어긋난다’거나 ‘미끄러진다’거나 ‘공백’이나 ‘틈’이 늘 있을 수밖에 없다와 같은 표현을 쓰더라도 크게 다를 것은 없어 보인다. 모순을 포함한 그들 표현이 ‘일치’나 ‘조화’보다는 ‘대립’이나 ‘갈등’, 더 나아가 모순에 이를 가능성이 더 커 보이기 때문이다.


현실에 대한 개념적 사유와 그에 대한 반성적 사유도 동일할 수 없음에도 동일성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모순적이다.


현실과 사유, 사유와 사유의 모순이라는 이중적인 모순의 바다를 건너기 위한 아도르노의 사유 전략이 촘촘한 미시론적 사유인 셈이다.


그처럼 아도르노가 ‘모순들’을 인정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해 보인다. 모순적인 ‘현실 자체’에 대한 인식에 충실하다는 사실이야말로 ‘모순의 바다’를 건너 ‘서로 다른 것들이 사랑하며 조화를 이루는 유토피아’에 이를 수 있는 길이겠기에 중요해 보인다.



2025.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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