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카세트테이프

by 두밧두중독현상

벅스뮤직이라는 신세계를 알기 전,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일로 기억한다.

노래를 좋아하던 나는 부모님께 카세트와 음악테이프를 사달라고 졸랐다.

그것은 당시 유행가를 모아놓은 컴필레이션 테이프였는데, 여러 노래 중 차태현의 I love you가 있었다는 건 지금도 선명하다.


그 노래를 따라 부르고 싶어, 카세트 앞에서 수없이 ‘일시정지’와 ‘되감기’하며 가사를 받아 적었다.

삐걱대는 기계음과 손끝의 성가신 반복 속에서 적어낸 가사들은 이상하게도 오래 남아있다.

스무 해가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그러다 벅스뮤직을 알게 되면서, 클릭 몇 번이면 가사를 볼 수 있게 됐다.

음악 듣기는 훨씬 편해졌지만, 그 순간부터 가사를 기억하는 힘은 점점 희미해졌다.

아날로그는 늘 불편함과 엉성함을 품고 있었지만, 그만큼의 정성은 결국 내 것이 되었다.

디지털에 익숙해진 지금은, 가사뿐 아니라 제목조차 제대로 외우지 못한 채 흘려듣곤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청개구리 같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디지털을 갈망했고, 디지털 시대가 무르익으니 다시 아날로그 감성을 찾는다.

휴대폰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면서도 굳이 스피커를 사고, LP판을 수집하고, 에어팟이 있으면서도 헤드셋을 들이는 것처럼.


근래 들어 아날로그 감성이 유행처럼 번져나가는 것은

어쩌면 급격히 변해가는 현실에 발맞추기가 점점 버거워져 두렵기 때문이 아닐까?


인간은 언제나 현재에 충실하라고 부르짖으면서 과거를 미화하고 미래를 동경한다. 그 속에 현재는 없다.

과거에는 불편을 벗어나고 싶어서 미래를 디지털 시대로 만들었고,

미래가 현재가 된 지금은 다시 그 불편을 그리워한다.


결국 인간의 삶이란 어제를 향수하거나 내일을 꿈꾸며,

정작 지금 이 순간의 노래는 온전히 듣지 못한 채

흘려보내도록 설계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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