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다. 생일만큼 이 계절을 반복하고 있지만 여름이라는 이름을 말하는 순간부터 설렘을 느낀다.
아침마다 일어나기 싫은 충동과 싸우며 앙상해진 나뭇가지를 보며 살다가 봄이 오면 슬슬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이름만 봄일 뿐이지 여전히 추위는 가시질 않는다.
그러다가 서서히 나뭇잎이 진녹색으로 바뀌어가고,
시끄럽게 매미 우는 소리가 들릴 때면 비로소 여름이 왔음을 실감한다.
그리고, 남은 생애 중 가장 젊은 때인 오늘을 만끽한다.
언제부턴가 전보다 여름이 빨리 가는 느낌이 든다.
아마도 이유는 두 가지 정도가 생각나는데
첫 번째는 나이가 들면서 체감 시간이 빨리 흐르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실내에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바깥의 쨍쨍함을 경험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작년 여름과 올해 여름이 그렇게 무더웠다는데 흘린 땀과 힘들었던 기억이 많지 않다.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아침에는 비교적 선선하고, 또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저녁에도 선선하다.
무더운 한낮의 더위, 마음껏 누리지도 못 했는데 벌써 보내야 할까 봐 겁이 난다.
그래서 가을이 왔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때까지 지금은 여름이어야 한다.
어제는 직장동료의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2년 전쯤 아버지가 췌장암에 걸리셨다고 운동도 규칙적으로 하시고 건강관리에 힘쓰셨는데
왜 췌장암에 걸렸는지 모르겠다고 하셨었다.
그리고 약이 다행히 잘 받아서 잘 지내신다라는 소식을 들은 지 2년 후 부고소식이 왔다.
요새 일이 많아 늦은 퇴근 후 1시간 40분을 운전해서 당진에 갔다.
오랜만에 보는 그녀는 2일째 밤이라서 그런지 조금은 추스른 거 같았다.
약이 처음에는 잘 듣다가 내성이 생겨 어느 순간 어떤 약도 안 듣는 순간이 왔다고
인명은 재천이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기적을 꿈꾸지만 말기암환자가 자연 치유되는 등의 기적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여름이 생명의 계절이지만 누군가는앞으로 매년 여름에 죽음을 기억할 것이다.
어제까지 날씨가 좋더니 오늘은 비가 온다.
오늘 같은 날은 에어컨을 너무 세게 틀지 않길 바란다.
여름을 여름답게 남겨뒀으면 하는 마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