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어디에나 한국인은 있다(1)
어디에나 한국인은 있다
슬로베니아는 비교적 한국인들이 적은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면 단체로 우르르 관광을 온 한국인들의 소리가 때때로 들렸다.
거의 대부분이 5-60대 어른들이었다.
다들 어떻게 알고 오신 건지…
그분들도 날 보면서 그렇게 생각하셨을까?
한참을 돌아다니다 '도살자의 다리'란 곳에 도착했다.
이름은 위협적(?)이지만 그 다리엔 남산 타워처럼 자물쇠들이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사람들의 생각은 전 세계 공통인가 보다.
함께 있는 그 순간을 흔적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
빼곡히 채워져 있는 자물쇠들을 보며 ' 저렇게 많이 달려 있는데 무게를 못 견디고 다리가 무너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순간 깨달았다.
더 이상 연애세포는 나에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리에서 강을 바라보다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데 어떤 젊은 동양인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직감적으로 100% 한국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그녀도 같은 생각으로 나에게 다가온 게 아닐까? 자연스럽게 한국말로 나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나름 찍사 자부심이 있는 나는 최대한의 열정으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서로 사진을 찍어준 뒤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류블랴나에 왔으면 반드시 가야 한다던 용의 다리를 보러 가기 위해 5분쯤 걸었을까?
뜨거운 햇살은 멈추지 않았고 반나절만에 몸이 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용의 다리는 그저 스쳐 지나갈 뿐
용의 형태만 확인하고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일정을 변경하고 숙소에 돌아가 잠시 쉬다가 나오기로 했다.
숙소 사장님께 너무 뜨거워서 잠시 쉬러 왔다고 하니 그렇지 않아도 날씨가 너무 더워 걱정이 돼 카톡을 하셨다고 했다. 친절하신 사장님께서 저녁에 다시 나가보라며 류블랴나에서 열리는 저녁 축제에 대해 알려주셨다.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방에 들어왔는데 세상 정말 좁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도살자 다리에서 사진을 찍어주었던 그녀가 같은 방에 있는 게 아닌가!
서로 신기해하며 통성명을 하고 자연스럽게 류블랴나를 함께 구경하기로 했다.
사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건 낯가림이 있는 나에게 흔한 일은 아니었다.
아마 이런 게 여행의 묘미 아닐까?
자연스러운 듯 아닌 듯 새로운 인연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