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 그리고 류블랴나

1. 처음이지만 낯설지 않은

by 토끼띠

공항에서 1시간 정도 버스를 타면 류블랴나 메인 역에 도착한다.

여행 조사를 하면서 보고 또 본 곳이었다. 너무나도 익숙해 마치 예전에도 와 본 마냥 '아 여기~'라는 말이 나왔다.


첫 숙소는 한인민박

예약할 당시 슬로베니아 한 달 살기를 결심했던 터라 이 곳에 머물면서 슬로베니아 현지 정보를 얻으려고 했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구글맵을 켜고 누가 봐도 배낭여행자의 냄새를 폴폴 풍기며 숙소를 찾았다.

류블랴나 메인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숙소는 금방 찾을 수 있었고 숙소 앞에서 너무나도 친절하신 사장님을 만나 낯선 곳에서의 불안감이 감소했다.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행 일정을 알려드리니 여행 루트가 특이하다고 하셨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그냥 제가 가보고 싶었던 곳만 골라서 가려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라고 하니 그저 웃으셨다.

류블랴나 맛집, 핫플레이스 등을 전달받은 후 배낭을 풀고 본격적으로 류블랴나를 돌아다녔다.

6월의 슬로베니아는 뜨거웠다.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게 너무 설레서 더위 따위는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절대! 네버! 아니었다.

2019년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특히 유럽은 폭염이라는 기사가 나올 때마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가족들이 카톡으로 뉴스 링크를 보내줬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땀이 났고 젤라또를 먹어도 더위가 가시질 않았고 물을 마셔도 갈증만 났다.

더위를 피해 나무 밑에 앉아 쉬다가 부모님, 친구들에게 무사 생존을 알렸다. 여행을 가기 전부터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들었던 말


'생존 신고 꼭 해. 알겠지?'였다.


저 죽으러 가는 거 아닙니다...

행복하러 가는 거예요 여러분!


사실 부모님은 내가 퇴사를 한 사실을 모르고 계셨다. 부모님을 잘 설득할 수 있었던 건 크게 두 가지의 거짓말이었다.


하나는 전 회사에서 일정 기간을 근속으로 일하면 연차를 제외하고도 2주간의 휴가가 주어졌다. 그걸 예전에도 이야기한 적이 있어 연차를 붙여서 여행을 간다고 거짓말을 했다. 사실 원래는 그 계획이 맞았다. 퇴사를 했다는 사실만 달라진 거였고.


다른 하나는 혼자가 아닌 회사의 타 부서 직장동료와 함께 간다며 생존신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씀드린 것.

혼자 여행에 대해 슬쩍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으나 보기 좋게 퇴짜를 맞고 구체적인 계획도 없던 시절부터 너무 걱정하셔서 혼자 간다는 사실을 숨겼다.

하지만 여행 기간 중 포르투갈과 스위스를 함께 여행할 친구는 정말 전 회사 동료가 맞으니까 온전히 거짓말만 한 건 아니라며 스스로에게 변명했다.

그 이후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았고 곁에 없는 친구를 만들어냈다. 거짓말도 능력이 있어야 하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배가 고파 무얼 먹을지 한참 돌아다니다 민박집 사장님께 추천을 받은 햄버거 가게에 들어갔다.

아무 생각 없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 메뉴를 주문했는데 직원이 포장해갈 거냐며 물었고 나는 아니 먹고 갈 거라고 대답을 했다.

그랬더니 앉아 있으면 갈게라며 웃으며 말했다.

생각해보니 여긴 맥도날드가 아닌데... 하.... 부끄러웠지만 아닌 척했는데 티가 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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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민박집 사장님 피셜 류블랴나 맛집 #Pop's place burger bar

여러분 류블랴나에 간다면 꼭 드세요.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진짜 맛있습니다.

빵 사이에 들어가 있는 육즙 가득한 두툼한 패티와 진한 트러플 향까지.


이태원 어딘가에 있을 법한 수제버거의 그 맛이었지만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이름 모를 노래와 류블랴나의 평화로운 분위기 그리고 나의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 더해져 느끼함 1도 없이 먹었던 이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

'트러플 어쩌고 햄버거'.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의 맛은 기억이 난다.


지난 여행을 그리워하는 건 여행이 주는 즐거움도 있지만 행복했던 내 모습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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