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가짜 노동>을 통해 근본적인 노동의 의미찾기
'근본적인 노동'은 무엇인가. 책 <가짜 노동>을 읽으면서, 앞으로의 노동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고민했다. 나는 필히 위기감을 가져야 하는데, 그 이유는 이 책에서 지적하는 회사 4개 중 2개를 다녔으니, 더 이상의 부가설명은 필요 없을 것이다.
<딜버트의 법칙>의 만화가인 스콧 애덤스는 "도구를 완벽화하기 위한 인류의 충동"에서 발생하는 가짜 노동을 묘사했다. 그는 이를 "땜질"이라고 불렀고, 이것이 진짜 노동으로 보이지만 실은 하찮은 개선일 뿐이며, 업무에 사람을 잡아두는 주된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책 <가짜 노동> 中에서
나의 노동은 땜질에 가까웠다. 임원진이 정한 목표에 걸맞게 시스템을 개선시키고 성과를 인정받는 구조에서, 밤낮없이 땜질만 해댔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 우둔함에 가까운 긍정으로 모든 일을 받아서 해냈고, 결과물을 리뷰받는 일이 없었다. 바로 다음 일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끔은 내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휴일까지 반납해 가며 해내는 일이 그만큼 의미 있게 쓰이는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바쁜 와중에 리뷰를 요청하는 것은 이미 시작된 육상 경기에서 신발끈을 다시 고쳐 매는 것만큼이나 바보 같은 짓이었다. 매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서 나침반도, 희망도 없이 노를 젓고 있는 심정으로 출근했다. 의미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인정할 수 없었다. 대학 졸업장, 자격증, 이력들부터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날들까지도 모두 무의미하다고 인정하는 꼴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미 없는 일들을 하면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세뇌시키고 자랑스럽게 여겼다.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능력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기에 멈추지 못했다. 아무도 비판하지 않고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 집단에서 묘한 자부심을 가지고 회사를 다녔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근본적인 노동의 의미에 대해서 묻는다. 소프트웨어 출시를 위해 코딩을 하고 있는가, 소프트웨어 만드는 방식에 대한 규칙을 적고 있는가. 고객과 이야기하는가, 고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내가 했던 모든 일들은 후자와 비슷한 속성의 일들이었다.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 노동은 돈이나 생존의 문제가 아니었다. 자기 파멸을 부르는 자기 과시와 남들과의 비교로부터 시작했기에 아름다운 결말을 맺을 수 없었다. 내가 퇴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노동은 인간의 존재의 근본 중 일부이기 때문이었다. 매일 출근하며 인간 존재에 대한 고찰을 해야 하니, 하루하루가 참 무겁고 힘겨웠다. 의미 없는 일들로 하루, 일주일, 일 년, 그리고 평생을 보내는 것에 큰 회의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노동의 허위적 본성에 대해서 지적하면서, 더 나아가 진정성과 명확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바쁘지 않을 때 바쁘지 않다고 이야기하기. 눈치 보지 말고 일찍 퇴근하기. 의미 있는 시간 보내기. 사실 너무 뻔하고 당연한 설루션에 실망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왜 우리는 이 당연한 것을 못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다음 노동 이야기는 당연한 것을 할 수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