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학생 히로코
나는 원격으로 한국어 강사를 하고 있다.
이 일은 회사를 그만두고 적은 돈이라도 벌어야지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동시에 바닥에서 우연히 발견한 열쇠처럼 느껴진다. 다만 어떤 문에 맞는 열쇠인지 모를 뿐이다. 나는 이 열쇠를 손에 꼭 쥐고서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해야 하는 길목에 서있다.
문득 지금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이 정말 매력적이어서 그들만의 스토리를 엮은 짧은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길지는 않아도 그들의 이야기를 몇 화에 걸쳐 적어보려고 한다.
그녀는 일본에서 kpop 보컬 트레이너를 하고 있는 일본인 학생이다. 어머니가 한국분이셔서 어렸을 적부터 어느 정도 한국 영향은 받았지만, 한국어 말하기는 아직 어려워서 나와 함께 연습 중이다. 보컬 트레이너를 하면서 한국어 가사를 가르쳐야 하는데 수업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동시에 일본의 인플루언서여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으로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일 밴드를 모아서 멤버를 꾸렸는데, 보컬 멤버는 실력은 별론데 비주얼이 너무 좋아서 같이 할지 말지 고민이 된다던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모여서 같이 인생 네 컷을 찍었다 등등 나에게 미주알고주알 다 이야기해 주는 게 참 귀여우면서 재밌다.
그러다 최근 이 글로벌 밴드의 데모 곡을 들려주었는데 가사의 내용이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야, 꿈이 나를 하게 만든다"는 내용이었다. 대부분은 일본어로 된 가사였지만 간간이 들리는 한국어 가사가 귀에 들어왔다. 꿈은 왜 결국 그들을 움직이게 만들까? 나이와 상관없이 꿈이 있는 사람들은 큰 결단을 하고 움직인다. 나는 그 작은 움직임이 시작될 때 불안이 함께 밀려오는데, 그들은 그 불안함을 어떻게 이겨내는지도 궁금하다.
"어떻게 보컬 트레이너를 하게 되었어요?"
히로코는 원래 평범한 회사원, 웨딩 플래너 등 음악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음악이 너무 좋아서 회사를 다니면서 음악학교를 함께 병행했단다. 그러다 아르바이트로 보컬 트레이너를 했는데,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고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녀는 짧고 서툰 한국어로 이렇게 말했다.
"무서운 건 좋은 거야"
"무서운 건 중요한 거야"
이 문장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구사하는 내가 한 번도 만들어보지 않았던 문장이다. 저 말을 듣자마자 자동반사적으로 왜?라고 되물었다. 회사는 안정감을 주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무서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안정감이 좋을 텐데 왜 무서운 건 좋다고 했을까. 꿈을 좇아가는 청춘에게 무서움은 아주 좋은 힌트가 된다는 것이다. 비틀비틀 불안한 내 청춘에 길이라도 아스팔트처럼 잘 닦여있으면 좋으련만 애석하게도 비포장도로 흙길이다. 하지만 넘어질까 고꾸라질까 무서워하다가 한 발자국도 안 내딛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너도 나의 선생님이야"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눠준 히로코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너는 나에게 인생을 알려주는 선생님이라고. (그녀는 갑자기 조금 울었다.) 다른 곳에 살고 있어서 만날 수 없어도 진심은 언제나 통한다. 고마워 히로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