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학생 조지타
조지타는 영국에서 학교 조교를 하고 있는 50대 학생이다.
50대 학생,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내 수업에서는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나이다. 처음에는 그녀도 자신이 나이가 많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약간은 민망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늦은 나이에도 망설임 없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도전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매번 영국시간으로 새벽 6시에 수업을 한다. 학교에 가기 전에 한국어 공부를 하고 나면 뿌듯한 기분이 하루 종일 지속되는 게 좋다고 했다. 그녀가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이유는 학교에서 친해진 한국인 친구 '하나' 때문인데, 친구와 대화를 하고 싶어서 한마디라도 더 배워갔다. 짧은 인사말부터 한국식 저녁 식사에 초대받았는데 무슨 선물을 가져가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마음이 너무 아름다웠다.
난 개인주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어서 가끔 주위 사람들이 나를 살린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사람으로 기뻐하고, 사람으로 슬퍼하고, 사람으로 무언가를 하게 된다. 조지타는 아마 관계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일 것이다. 때로는 짧은 인연이 내 인생에 깊게 자리 잡아 나를 끝까지 지지하는 존재가 될 때도 있으니까.
하루는 조지타가 이사를 해야 해서 수업을 미뤘을 때가 있었다. 싱글맘으로 그 집에서 30년이 넘게 아이들을 키워내면서 얼마나 많은 추억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영국의 많은 싱글맘들이 자기 집을 사지 못하고 아이들을 포기하는 일들도 많지만, 본인은 끝까지 모든 것을 책임졌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지구 반대편에 사는 나도 이 이야기에 자랑스러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Life is too short and beautiful"
인생은 너무 짧고 또 아름답지 않은가.
조지타의 인생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은 순간이 왜 없었겠냐만은, 그녀는 인생이 너무 아름답다고 했다. 그녀는 인생이 너무 짧아서 한국어를 배우면서, 한국음식 요리법을 고민하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면서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자신이 기뻐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다시 또 선택의 길목에 있는 나에게 귀감이 되는 말이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기쁨'. 그 기쁨을 누리며 살아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