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학생 롤나
롤나는 작년 12월에 한국어를 막 배우기 시작한 60대 학생이다. 첫 체험 수업(정규 수업을 들을지 결정하는 체험판 수업이다)이 끝나고, 내가 아직 화면에 남아 있는 걸 모른 채 그녀가 “Oh gosh… she’s so good…”이라고 말하는 걸 듣게 됐다. 나는 들으면 안 되는 것을 몰래 들어버린 마음에 다급히 수업 화면에서 나갔다. 그리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다이어트 기간 중에 몰래 먹는 초콜릿처럼 달콤한 말이었다.
그 후에 롤나는 정규 수업을 등록했고, 가나다라 한글부터 천천히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자신의 이름을 쓸 수 있게 된 첫날 롤나는 집이 떠나가라 함성을 질렀고, 진심으로 기뻐했다. 한국어가 너무 재밌고 수업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나는 아직 미혼에 아이도 없지만, 만약 내가 아이를 낳아 언어를 가르친다면 이런 기분일까?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의 첫 순간은 귀하다. 그리고 그 순간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까지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으로 한글을 쓰고, 처음으로 한국어로 인사를 하면서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그 순간에 돈을 벌고 있다는 생각을 앞세울 수 없었다. 한 사람의 인생에, 그 한 페이지에 몇 글자 적어낸 기분이었다.
누군가의 엄마인 롤나가 마치 아이가 된 것처럼 언어를 배우는 모습에서 나는 생명의 신비로움까지도 느낀 것이다. 너무 거창하게 생각한다고 할 수 있지만, 모든 일에는 나름의 거창한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은 무의미함에 잠겨, 공장 컨베이어 위의 상품처럼 모든 순간을 그저 지나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26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작은 순간도 놓치지 않고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전의 나는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더 이상 '언어 교육'이라는 재미없고 딱딱한 개념에 가둘 수 없는 일을 하고 있음을 느꼈다.
나는 그들의 인생에 몇 글자, 한 줄,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있다. 처음 한국어를 배우는 순간부터 구체적인 목표가 생기는 것까지. 언어와 문화와 사람과 인생과 그 속의 의미를 나누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