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냥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고 싶은 사람이 아닐까

미국인 학생 윌리엄

by 하안

윌리엄은 쌍둥이 형제가 있는 학생이다. 그는 산책을 하면 사슴을 볼 수 있는 도시 외곽에 살고 있다. 윌리엄의 하루는 쉽게 예측할 수 있는데, 하루 일과가 항상 비슷하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서 일주일 내내 하루 종일 집에서 보내는 것 같았다. 수업 중에는 짹짹거리는 새소리가 들린다. 내 귀에는 다 똑같은 짹짹인데 윌리엄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얼추 알아듣는 모양이었다. 새들에게 밥을 주고 쓰다듬어주는 것도 하루일과에 포함시킨다. 요리도 항상 비슷한 요리이다. 그가 말하는 토마토가 들어간 치킨 수프의 레시피를 다 외울 정도였으니. 가끔은 특별한 채색 없이 펜으로만 그림을 그리는데, 확실히 감각이 있어 보였다. 나는 그림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게 틱톡이나 인스타를 많이 올려보라고 권유했다. 윌리엄은 처음에는 내 말을 차마 무시할 수 없었는지 알겠다고 했지만, 나중에는 SNS에 시간을 너무 많이 쏟고 싶지 않다고 거절했다.


음식도 유기농만 먹고, 게임 같은 취미도 없고, 술이나 기타 유흥거리를 즐기지 않는 그의 인생에 대해 듣다 보면 갈증이 난다고 해야 하나..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2026년 새해를 맞아 그에게 새해목표를 물어봤다. 그는 작년과 같은 일상이 계속되기를 바랐다.


“새로운 목표는? “

“그저 똑같았으면 좋겠어”


똑같은 일상의 소중함. 내가 사랑하는 시간이 떠나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작은 변화에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


난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라, 신년마다 목표를 가득 채우기 바쁘다. 신박한 목표가 떠오르지 않고, 작년과 같은 목표를 세우는 날이면 약간의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 올해는 유독 가슴 설레는 목표가 생각나지 않아서 괴로웠다. 2025년이 계속되는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10개 정도의 목표를 써 내려갔다. 그중에 진정하고 싶었던 게 있었을까 의심도 들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퇴사 후에, 나답게 살 수 있는 일상을 살아내면서 겨우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일년동안 가고 싶은 곳을 가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하고 싶은 것을 도전해볼 수 있었다. 나는 그냥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고 싶은 사람이 아닐까. 새소리의 높낮이에 귀 기울이고, 내가 먹는 음식이 어떤 음식인지 집중할 수 있고, SNS보다는 내가 하고 있는 행위에 온전히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일상을 영위하고 싶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