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부끄러운건가. 당신들은 이번 한해 뿌듯한 한 해를 보내었나.
2025년은 내게 참 많은 일이 있었던 해였다. 가장 큰 사건은 10월, Meta Superintelligence Labs의 구조조정에 일부가 되어 갑작스럽게 회사를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수요일 아침, 이메일 한 통으로 내 일상이 무너졌다. 그 전까지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하루는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20시간을 일한 적도 있었다. 잠을 못 자 장이 아파오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런데도 통보를 받았을 때 허탈했지만 담담했다. 어차피 이러다 죽을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열심히 일한 것 만큼 내 2025년 자랑스러웠나. 전혀 아니다. 오히려 부끄러운 일들로 수두룩하다.
2025년 가장 부끄러웠던 것을 꼽자면, 상반기 때 매니저에게 내 승진을 더 강하게 요구하지 않았던 것이다. 충분히 승진할 수 있는 요소를 갖추고 있었지만, 매니저는 전 팀에서 데려온 엔지니어를 더 선호했다. 그는 하반기에는 꼭 승진시켜주겠다고 약속했고, 심지어 다른 매니저들은 “이렇게 잘했는데 왜 승진을 안 시켜줬냐”라는 평가까지 남겼다. 매니저는 다른 매니저들의 말을 인용하며, “다음 승진은 걱정 없다”라며 나를 위로했지만, 그 말은 오히려 내 의욕을 꺾었다. 공기 빠진 풍선처럼 힘이 빠져버렸고, 연말에 승진하고 다른 팀으로 옮기겠다는 계획도 결국 무너졌다. 나는 내 자신을 믿지 못했고, 매니저에게 더 푸시하지 않았고, 동료에게 밀렸다. 그게 너무 부끄럽다.
그리고 두 번째 부끄러움은, 내 2025년 삶에 아무런 열매가 없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돌아오면 늘어져 있었고, 집은 엉망이었으며, 냉장고는 곰팡이를 배양하는 배양실 같았다. 작은 습관 하나조차 지켜내지 못한 채, 하루하루가 무너져 내리는 모래성 같았다. 주변 사람들은 사이드 프로젝트로 성과를 내고, 더 많은 기회를 잡으며 성장하고 있었다. 그들의 열매는 반짝였지만, 나는 자기위로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책상 위에는 시작만 하고 끝내지 못한 노트들이 쌓였고, 마음속에는 ‘언젠가’라는 말만 가득했다. 그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다. 그리고 나는 어제 깨달았다. 남이라고 생각했던 38년 베데스다에 누워있던 앉은뱅이가, 나였다는 것을.
그러나 부끄러움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것의 시작일 수 있다. 내가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면, 그 부끄러움은 오히려 나를 앞으로 밀어주는 힘이 될 것이다.
베데스다의 앉은뱅이에게 예수는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라고 하셨다.
2026년에는 그 말씀대로 일어나, 내 자리를 들고 걸을 것이다. 작은 열매라도 맺고 싶다. 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는 습관, 작은 프로젝트를 끝까지 완성하는 기쁨. 그런 조그마한 것들로 채워져 2026년은 나를 단단하게 세워가는 한 해가 되어가길 바란다.
나는 일어나 다시 걸어가려 한다. 능력자들이 넘쳐나는 이 실리콘밸리 이 땅에 초심을 다시 잡고 걸어가야 한다. 부끄러움으로 가득했던 한 해를 뒤로 하고, 내년에는 감사와 열매로 채워진 이야기를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