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핫플! 30 Foot Pool

원반따라 흘러간 웃음과 친절

by 한들눈나 이수현

비교적 길게 묵었던 에어비앤비의 호스트 Mave와 친해졌다. 매브네 집은 매브만큼이나 따뜻하고 포근했다. 친절한 매브는 우리가 반려견과의 여행을 목적으로 멀리 온 것에 신기해했다. 한들이와 스냅이가 매우 교육을 잘 받은 젠틀한 멈머들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 개들을 예뻐해 주니 우린 매브가 더 좋았다. 렌터카의 문제가 있어서 우리의 짧은 영어로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도 매브는 우리 곁에서 내내 도와주었다. 심각한 나완 달리 통화 대기 연결음에 맞춰 매브와 스냅이네는 댄스를 추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 소중하고 즐거운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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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했던 매브네


강아지 여행 중이라는 말에 매브가 근처 핫 플레이스를 추천해 주었다. Lynn Canyon에 있는 '30 Foot Pool'이라는 계곡이었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많이 간다기에 나는 되물었다.


"사람들이 물놀이를 많이 오는데 강아지랑 같이 가도 돼?"
"Sure! 여기 사람들도 반려견이랑 많이 가! Who cares?!"


현지인의 확실한 정보고 추천이니 우리는 매브네 집을 체크 아웃 하면서 들르기로 했다. 마음 한가득 고마움의 편지와 한국 믹스커피를 두고 아쉬운 마음으로 나왔다. 매브는 밴쿠버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들러달라고 했다. 우리는 그러겠노라 약속하며 인사를 나눴다.



30 Foot Pool은 Lynn 산속에 있다. 그래서 차로도 꼬불꼬불 길을 한참 올라갔다. 주차장이 여러 군데 꽤 있었는데도 사람이 워낙 많아서 주차할 곳이 없었다. 주차 지옥이 시작되었다. 하염없이 줄을 서서 기다리다 보니 우리가 과연 오늘 여길 갈 수 있을까 싶었다. 포기할까를 몇 번이고 고민한 끝에 운 좋게 자리가 났다! 신나는 맘으로 멈머들의 물놀이 가방을 주섬주섬 챙겨서 숲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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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다리가 너무 무서운 멈머들. 둘을 앉히고 찍으려고 했는데 실패.


입구엔 출렁다리가 있었는데 다들 사진 찍기에 바빴다. 우리도 놓칠 순 없지. 강아지들과 사진을 찍으려고 했으나, 다리가 출렁이는 것에 이 왕쫄보들은 겁을 잔뜩 먹었다. 한들이는 귀를 한껏 접고 다리를 오므린 채 엉금엉금 걸었고, 스냅이는 끝내 못 건너겠다며 버텨서 결국 안고 건널 수밖에 없었다.


강아지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한 다리를 건너 울창한 숲속을 올라가니 와글와글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계곡에는 물 반 사람 반이었다. '아.. 저기를 비집고 들어가서 개랑 물놀이를 정말 해도 될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산을 올라오는 내내 마주친 사람들에게서 불편한 기색을 발견하지 못했다. 매브의 추천이니 믿고 들어가 보자! 아이들이 혹여 한들이를 무서워할까봐 물 가장자리에 피해가 안 되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아무도 우리를 신경 쓰지 않았다. 마음을 살짝 놓고 한들이 물놀이 원반을 꺼내 들었다. 한들이는 원반을 보자마자 활짝 웃으며 "빨리 던지개!"라는 표정을 지었다. 물 쪽으로 살짝 던져 주었다. 신나게 첨벙첨벙~ 사람들의 무관심(?)에 힘입어 좀 더 멀리 던졌다. 한들이는 더 신이 났다. 근처 어린이가 지나가며 너무 귀엽다고 인사했다. 나도 고마운 마음에 인사를 건넸다. 한 꼬마는 자신이 한들이의 장난감을 던지고 싶은지 우리 주변을 기웃거렸다. 하지만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여 모른 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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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서 올라간 꼬리 & 활짝 웃는 한들


계곡 환경에 적응하니 물놀이 반경이 점점 넓어졌다. 한들이도 나도 신이 났다. 스냅이네는 아래쪽으로 더 내려가 보겠다고 했다. 사람이 많아 둘이 같이 놀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나는 그곳에 남아 놀기로 하고 우린 잠시 찢어졌다. 그러다가 아뿔싸! 계곡을 타고 원반이 떠내려갔다. 아차 싶어서 쫓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때 아래에서 놀던 사람들이 원반을 잡아 주었다. 원반을 캐치하고는 신이 나서 서로 하이 파이브를 한다. 나는 너무 미안하다고 연신 말했지만, 괜찮단다. 즐겁단다. 아.. 눈물이 찔끔 났다. 그 후에도 세 차례 원반이 흘러갔지만, 그때마다 아래에서 놀던 친구들은 "이번엔 내 차례!"를 외치며 유쾌하게 원반을 잡아주었다. 정말 친절한 캐네디언들...ㅠㅠ


너무 즐거웠으나 민폐가 계속되니 맘이 불편했다. "한들아, 재밌었지? 이만 가자." 놀던 곳을 나와 스냅이네를 찾으러 갔다. 그런데 울창한 숲과 많은 사람들에 스냅이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산속 깊은 곳이어서 그런지 핸드폰도 먹통이었다. 일단 계곡가를 따라 걸었다. 그러다 한들이가 쫑긋쫑긋하며 한 곳을 주시했다. "왜 그래?" 그러고 보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월~! 월~!" 스냅이 목소리였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한들이가 앞장섰고, 나는 줄을 잡고 뒤따랐다. 그러고는 이내 우리는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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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뉘~ 눈나! 저쪽이개! 저쪽에서 엉아 목소리가 들리개! 눈나는 안 들리개?" (모르겠냐는 표정과 확신에 찬 뒷모습!)


핸드폰이 안 되니 스냅이네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단다. 그래서 "스냅이 짖어!"를 시켰단다. 형제 같은 두 멈머들은 서로의 소리를 파악했고, 덕분에 우린 쉽게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짖어' 명령어의 유용함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한들이는 '짖어'를 가르치지 않았다. 어설프게 훈련하면, 자기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짖을까 싶었다. 강아지들은 먹고 싶은 게 눈앞에 있으면, 자기가 할 줄 아는 개인기를 다 해본다. 손도 주고, 돌기도 하고, 엎드리기도 한다. 이때 짖어를 할 수도 있는 상황이 불편해서 나는 한들이에게 가르치지 않았는데, 이번 상황을 겪고 보니 훈련사 자격시험에 '짖어'가 포함되어 있는 이유를 이해했다. 아무튼 스냅이의 훌륭한 '짖어'의 혜택을 톡톡히 봤다.


KakaoTalk_20250922_111155461_12.jpg '짖어'가 훌륭한 스냅이


그러고는 차로 산길을 내려오는데... 약 3시간이 걸렸다. 올라갈 땐 30분 정도밖에 안 걸리는 길이었다. 아까 주차 지옥은 지옥도 아니었다. 우리는 정말 이 산을 오늘 해지기 전에 내려갈 수 있을까 걱정했다. 긴긴 여정이었지만, 캐나다 여행의 끝을 바라보며 서로 느낀 점들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었다. 중간에 한국에 있는 남편에게 반가운 전화도 걸려왔다. 셋이 즐겁게 하하호호 여행 에피소드를 공유하며 주차장 같은 드라이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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