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Sunset in English Bay

sunset을 보기까지 나름 험난했던 여정

by 한들눈나 이수현

밴쿠버에서의 일정도 끝으로 다다르고 있었다. 우리는 밴쿠버 최고의 퍼블릭 마켓이 있다는 그랜빌 아일랜드에 가보기로 했다. 그랜빌 아일랜드는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가득하다고 하는데, 우리에게 그곳이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그랜빌 아일랜드까지 들어가는 페리에 강아지들과 함께 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강아지들과 배라니! 언제 또 경험해 보겠는가!


페리는 반대쪽 선착장에서 현장 결제하고 탑승할 수 있었다. 사람은 유료지만 강아지는 무료였다! 동반이 된다고는 했으나, 길게 선 줄을 보며 많은 사람들 사이에 큰 개들과 함께 타는 게 한국처럼 불편한 시선을 받을까 봐 심적으로 부담스러웠다. 막상 배에 오르자 "강아지들이 있으니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며 옆으로 더 붙어 앉았다. 다시 한번 감동받았다. 우리는 친절한 승객들에게 더욱더 폐를 끼치지 않도록 개들을 한쪽 구석에 최대한 붙여 앉히고 줄을 바짝 잡았다.


강아지 무료! 펫프랜들리 페리!


잠시 후 배가 소란스러웠다. 물개가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선장이 가리키자 승객들이 환호하며 사진을 찍었고, 그중 한 명이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개들한테도 물개 보여줘!" 세상에나. 역시 친절한 캐네디언들♡ 덕분에 편안히 페리도 타고 물개 친구도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그랜빌에서 거리 공연도 보고, 유명하다는 도넛 가게도 들러 도넛도 먹었다. 독특한 상점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식품점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상점에는 반려견 출입이 허용되었다. 복잡한 매장 안에서도 사람들은 한들이와 스냅이에게 웃으며 인사해 주었고, 있는 듯 없는 듯 신경조차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마치 개가 있는 게 자연스럽다는 듯 말이다.

캐나다 '관광견', 스냅&한들


돌아가는 페리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 꼬마가 와서 인사해도 되냐고 물었다. "Sure!" 그 친구는

우리 맘을 녹인 젠틀맨

천천히 부드럽게 두 멈머를 쓰다듬어 줬고, 연신 귀엽다고 말했다. 그러곤 작별인사를 하더니 자기 손에 뽀뽀를 하고, 그 손으로 강아지 머리에 뽀뽀를 건넸다. 젠틀하고 쏘 스윗한 그 장면이 동화의 한 장면같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랜빌에 다녀와서 펫스토어에 갔다. 아이들 용품을 좀 사고, 한들이는 또 가장 기다란 간식을 골랐다. 펫스토어를 나와 걷는데 갑자기 한국어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뒤 돌아보니 강아지를 데리고 있는 견주였다. 외국인인 그녀는 전 애인이 한국인이었다고 했다. 그녀의 반려견도 보더콜리 믹스란다. 동족을 알아보는 법! 세 멈머는 신나게 인사를 나눴고, 우리는 잠시 즐겁게 스몰톡을 했다.





배가 고팠다. 목도 말랐다. 맥도날드의 아이스티가 먹고 싶어졌다.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사서 sunset을 보며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아차! 아이스티는 미국 맥도날드에서만 판매한다는 것을 주문할 때 알았다. 뭐 괜찮다. 포장해서 7시경 일몰이 예쁘다고 소문난 English Bay에 갔다. 이미 사람이 한가득이었다. 강아지도 넉넉히 쉴 수 있는 벤치를 선점했다. 우리는 햄버거를 먹고, 멈머들은 자기가 고른 간식을 먹으며 해가 지길 기다렸다.

sunset을 기다리며 각자의 meal을 즐기다


그런데 8시가 되어도 해가 질 기미가 없었다. 이상해서 날씨 정보를 검색해 보니 밤 9시가 일몰이란다. 세상에.. 일몰이 9시일 거라고는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우린 하염없이 해가 지길 기다렸다. 그런데 햄버거를 먹는 우리 앞에 갈매기가 왔다. 그곳엔 많은 갈매기들이 있었는데, 웃기게도 한 마리가 한 벤치 앞에 서서 무언가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앞에 자리 잡은 그 갈매기는 점점 우리 가까이로 왔다. 감자튀김을 노리는 눈치다. 맑눈광의 갈매기가 다가오자 조금은 흠짓! 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용감'해 보이는' 멈머가 둘이나 있었다. 쫄지 않고 감자튀김을 끝까지 사수했다. 갈매기는 오랜 기다림에도 먹을 게 나오질 않자, 다른 벤치로 날아가 버렸다. 그 눈빛이 은근 부담스러웠던 터라 잘됐다고 생각했다.

점점 다가오건 갈매기. 조심하라는 안내 문구도 있었다.


그런데 조금 지나자 기러기 무리가 나타났다. 그중 대장처럼 보이는 한 마리가 우리 앞으로 다가오려고 했다. '오오.. 쟤는 좀 큰데..' 싶어서 한들이를 내세웠다. 기러기를 놀라게 하려는 건 아니었고, 그저 우리 가까이로 오지 말라는 뜻이었다. 한들이도 왕쫄보인 터라 멀찍이서 냄새를 킁킁 맡더니 이내 내 다리 사이로 들어왔다.

기러기와 대치 중인 한들


시간이 지나자 공원에 사람들이 더 몰리기 시작했다. 솔솔 부는 바람을 타고 예전 샌프란시스코 길거리에서 맡았던 독특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이거 마리화나 냄새예요" 내 말에 스냅이네가 깜짝 놀랐다. 뭔가 담배는 아닌데 자꾸 희한한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단다. 나도 샌프란시스코에 갔을 때 가끔 이상한 냄새가 난다 생각했었는데, 거기 사는 지인이 이게 마리화나 냄새라고 알려줘서 알았다. 그렇진 않겠지만, 뭔가 냄새로도 내 몸에 쌓일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이 독한 냄새는 공원 여기저기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들어 자리를 옮겨도 피할 곳이 없었다. '그렇지.. 여긴 외국이지..' 다시금 실감했다.


사랑하는 한들이와 sunset 보기 ♡


빨리 해가 지기만을 기다렸다. 긴 기다림 끝에 아름다운 일몰이 하늘에서 상영되었다. 장관이었다. 한국에서는 자주 볼 수 없는 핑크빛의 하늘이었다. 여러 가지 고난이 있었지만, 역경을 딛고(?) 그림 같은 하늘을 마주할 수 있었다. 여행 내내 생각이 들었지만, 이땐 정말 남편도 함께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 세 가족이 함께 해외로 여행을 가볼 수 있길 꿈꿔보며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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