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
그래! 사람도 즐겨야지!
모든 일정을 강아지에게만 맞춘 건 아니었다(한 90%? ㅋㅋㅋ). '사람도 즐기자!' 해서 간 곳은 다운타운. 캐나다 하면 역시 팀홀튼 커피를 빼놓을 수 없겠다. 빨간 간판 앞에서 멈머들 인증샷도 찍고, 커피도 포장해 길거리를 걸으며 마시니 캐네디언이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유명한 룰루레몬. 사실 가기 전까진 잘 몰랐는데 스냅이네 덕분에 나도 강아지들과 함께 들어가 구경해 볼 수 있었다.
캐나다를 여행하다 보니 "강아지 같이 들어가도 돼?"라는 질문이 어색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물어보면 다들 웃으며 "Why not?"이라고 답한다. 룰루레몬 매장 입구에서 혹시 몰라 가디언에게 물었더니 당연히 된단다. 그런 걸 왜 묻냐는 표정으로. 매장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처음엔 혹여 다른 손님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개 줄을 짧게 잡고 조심스럽게 구경했다. 밖에서 충분히 걸으며 쉬야를 해서 배변 실수 걱정은 없었는데, 개들이 냄새를 맡으며 진열품에 콧물을 묻힐까 엄청 조심했다. 그렇게 구경하니 급 피곤해졌다. 딱히 쇼핑리스트가 없던 나는 피로감에 개들을 입구 쪽에서 맡고 있겠다고 했다.
입구에 얌전히 앉아 있는 두 멈머를 향해 오가는 사람들이 "Hi, Sweeties. Good boy!"라며 반갑게 인사했다. 특히 매장 직원들이 돌아가며 와서 인사했는데, 알고 보니 자기들끼리 무전으로 엄청 귀여운 멈머들이 입구에 있다며 서로 알려주어서 다들 와서 인사를 해 주고 간 것이다. 역시 친절한 캐네디언들!
룰루레몬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끈 건 매장 안 마네킹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보던 것과 달리, 마네킹의 실루엣이 다 같지 않았다. 날씬한 몸매의 마네킹부터 체구가 있는 마네킹도 사이즈에 맞는 옷을 걸치고 있었고, 심지어 휠체어에 앉아있는 마네킹도 있었다! 정말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광경! 전시된 마네킹에서도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보여서 놀라웠다. 그렇지. 우리 주변은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레깅스도 다양한 사이즈의 마네킹들이 입고 있어서 핏감을 미리 볼 수 있으니 옷을 고르기가 훨씬 쉬웠다. (아쉽게도 마네킹 사진은 남기지 못했다. 그땐 지인의 쇼핑을 따라다니느라 정신이 없었고, 문앞에서 개들과 서있으니 오히려 눈에 들어온 풍경이었다. 쇼핑이 목적이 아니었기에 볼 수 있었던 장면인지도 모르겠다.)
캐나다의 다양성 존중은 동네 공원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모두와 함께 "SHARE"하는 길. 저 그림에 나온 다양성이 맘을 뭉클하게 한다. 노약자에 대한 안내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다. 캐나다에선 심지에 개도 포함이다. 한국에서 '노약자석'은 '노인석'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엔 다양한 약자들도 포함이 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와중에 목줄은 꼭! 하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 반려견 사고는 입마개로 막아지는 것이 아니라, 목줄을 하는 것으로 방지된다. 제발 그 큰 개 무서우니 입마개 하라는 말 좀 안 듣길 바란다. 당신이 무서워하는 상황은 적절한 길이와 단단히 잡고 있는 목줄로 예방된다. 여유롭게 걷고 있노라면 길바닥에서도 이런 그림을 볼 수 있다.
공원의 자전거 도로는 바깥쪽에 따로 있었으나, 어린아이의 자전거나 아이들의 인라인 등의 서행은 보행자와 함께 이용한다. 공원에서는 오른쪽 걷기와 강아지 목줄착용이라는 커다란 룰 안에서 서로를 배려하며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 촘촘한 법령이 필요한 것도 있으나, 공중도덕은 꼭 지켜야 하는 넓은 울타리를 갖고 그 안에서의 양심에 따른 배려에 기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또한 곳곳에 공공 쓰레기 통이 많이 배치되어 있었고, 바로 옆에는 꼭 개들의 배변을 버릴 수 있는 쓰레기 통도 마련돼 있었다. 한국 길거리에 쓰레기통이 없어진 지 꽤 되었는데,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긴 하다. 쓰레기 통을 없앤 이유가 자기 집의 쓰레기를 가지고 나와 버리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하는데 씁쓸한 현실이다.
캐나다에서는 강아지와 산책할 경우, 목줄을 채우고 뒤처리만 잘하면 문제 될 게 없다. 이 기준은 한국도 마찬가지인데, 실제로 적용이 잘 되진 않는다. 캐나다에선 곳곳에 붙어있는 펫티켓의 안내 표지판과 그걸 지킬 수 있게 곳곳에 마련된 쓰레기 통으로 길거리에서 개똥을 본 적이 없다. 물론 그에 맞는 시민의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일 것이고, 그런 시민의식 함양을 위한 사회적 장치와 개인적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길거리 개똥테러를 없애려면 이 두 가지 조건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장을 보러 갔다가 광장에서 열린 플리마켓을 우연히 만났다. 지역 특산물도 있고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있는 플리마켓은 캐나다 라이프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런데 입구에 이런 안내판이 서있었다.
안내문에는 모두의 안전과 쾌적한 쇼핑을 위해 지켜야 할 조건이 분명히 제시되어 있었고, 이 규칙만 따른다면 모든 강아지들은 환영받았다. 나의 권리를 지키려면 타인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Remember,
You are responsible for your dog's actions.
기억하세요,
반려견의 행동에 대한 책임은 보호자에게 있습니다.
규칙을 숙지한 후, 한들이와 스냅이는 우리 곁에서 즐겁게 쇼핑을 했다. 가장 먼저 강아지 간식 코너에 가서 킁킁킁 냄새를 확인 후 신중히 간식을 골랐다. 비가 오는 날이어서 길게 걷고자 우비를 입히고 나갔는데, 사람 우산도 잘 쓰지 않는 캐나다에서 강아지 우비라니~ 게다가 커플룩! 다들 너무너무너무 귀엽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한 발짝 걷다가 다들 인사하고 쓰다듬는 통에 한들이와 스냅이는 그날 플리마켓의 스타가 되었다. 우비 어디서 샀냐고 많이들 물어보던데, 한국이라니 실망하는 눈치였다(순간 '여기서 강아지 우비 장사를?' 하는 엉뚱한 생각도 스쳤다ㅋㅋㅋ).
공원을 산책하다가 또 재미있는 표지판을 보았다.
의외로(?) 코요테가 자주 나오는 모양이다. 그런데 주의 문구에 '고양이는 집 안에 두고! 개는 줄을 묶어라!'라는 말을 읽으며 빵 터졌다. 그렇지, 고양이는 놀라면 도망갈 수 있으니 잃어버리지 않게 집에 잘 모셔야 한다. 그리고 개는 보고 신나게 쫓아갈 수 있으니ㅋㅋㅋ 목줄을 꼭 잡아야 한다. 그 상황이 그려져서 한참을 웃었다. 위험하다고 살고 있는 코요테를 쫓아내거나 죽이지 않고, 그들의 영역을 존중하며 보호하는 것. 야생의 동물과도 공생하며 공존의 방향을 모색하는 점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동물의 습성까지 고려한 안내라니, 참 캐나다다운 배려였다.
캐나다에서 느낀 다양성 존중은 제도나 규칙을 넘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 있었다. 서로 다른 존재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전제로, 배려와 책임 위에 세워진 문화. 그것이 캐나다 라이프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