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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암나비 Apr 26. 2024

발리 여행 3

새로 만들어진 바다 위의 전용도로를 지나면서

10년이란 세월이 이렇게 많은 발전을 이뤘구나 하며 옛 추억을 회상하였다.

그땐 먼지 풀풀 나는 비포장길을 지나 힌두 사원을 구경하고 원숭이 거북이 구경을 했었는데 지금은 해상 전용차로로 달릴 수 있을 만큼 많이 변해있었다.


루사 두아에 있는 리츠 칼튼 호텔에 도착하였다.

화려한 로비는 아니었지만 멀리 내려다보이는 바다 풍경과 그 시원한 바닷바람은 장관이었다.

누가 안내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우리는 그곳을 향하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일은 버기카를 타고 안내인을 따라 숙소에 당도하였을 때 정말 당황하였다.

스위트 룸이라는 게 방이 아니고 너무 큰 아파트 같았다. 145 스퀘어 미터라는 면적을 계산기로 두둘겨봤다. 12 × 12미터이고 무려 45평 정도였기에 아내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또한 가로 세로 2미터 50이 넘을 것 같은 운동장 만한 더블 배드를 보고 과연 우리가 자야 할 곳이란 말인가? 이렇게 큰 배드는 처음 봤다.

한동안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아내는 그 규모와 호화로움에 처음이지만 적응해보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눈치였다.

생애 두 번도 아니고 한 번인데 체험해보자는 서로의 다짐을 확인하고 어찌 된 연유인지 물어

보니 오랫동안 축척된 포인트를 업그레이드 받은 거란다.

첫날부터 매끼마다 풍성한 열대과일로 황제식단을 꾸려서 우리를 기쁘게 해 줬었는데 오늘은 더더욱 감동이었다.

3번째 호텔이지만 럭셔리 함은 최고였다.

70이 넘어 이런 경험도 필요할 거야라는 생각으로 즐기기로 하였다.


저녁을 먹으려고 으붇으로 내려가 다시

언덕 위로 찾아든 식당은 우연히도10년 전에  집이었다. 창 너머 붉은 종이꽃이 생각나고 삼겹살도 구워 먹던 그 자리가 떠올랐다.

마침 주인도 같은 장소에서 30년째 그 일을 하고 계신다며 우리를 환대해주셨다.

평범한 김치찌개지만 너무도 맛있고 즐거운 저녁이었다.

내일 또 오기로 하고 서둘러 호텔로 돌아왔다.

멋진 스위트 룸에서 나가고 싶지 않았다.

야자 숲이 보이는 큰 창이 있는 욕조도 멋있었지만 바닥이 나무로 된 샤워부스는 신기하기까지 했다.

물소리도 적게 나고 발바닥의 감촉도 부드럽고도 타일의 딱딱함을 이렇게 꾸밀 수도 있구나 하며 더위를 씻어 내렸다.


뿌듯함에 취해 잠들어 있는 아내를 확인하고 살금살금 빠져나와 인도양의 새벽바람을 들이켜고 백사장을 걸어본다.

여긴 적도 근처라서 오전 6시면 해가 뜨고 오후 6시면 해가 진다.

아직 어렴풋이 보이던 사람을 밝아지는 여명에 확인해보니 모래사장에 밀려온 해초를 걷어내고 있었다. 어젯밤 해 질 녘까지 일하는 걸 봤는데 그렇다면 12시간이 넘게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계산이다. 이게 쉬는 날이 있을까? 생각하니 아찔하였다. 정말 자연과의 싸움?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어 여름 한철이지만

이내들은 매일을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들자 아찔하였다.

우리 같은 투숙객을 위하여 쉼 없이 일해야 하는구나 생각하니 왠지 가슴이 아려왔다.

 

아침 뷔페를 2곳에서 한다니 1층보다 5층 식당에서 먹어보기로 했다.

영어를 모르니 잠자는 손자를 깨워 같이 갔다.

덩치 큰 셰프가 에그타르트를 들고 와서 설명을 하는데 눈을 마주 할 수도 알아들을 수도 없어 웃으며 땡큐 소리만 연발하였다.

커피와 입맛에 맞는 몇 가지를 즐기는 동안 그 셰프가 과일도 준비해오며 맛은 어떤지 원하는 게 있으면 얘기하라는 둥 친절을 다했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나는 그게 더 부담스러웠다. 매번 손자에게 묻는 것도 그렇고

이런 서비스는 처음이라서 어색했는데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돌아오는 회랑에서 주 인도네시아 미국대사인 '성 김'씨 가족과 스쳤다.

예전에 주 한국 미국대사님 일 때 언론에서 눈에 익었었는데 가족 휴가를 오셨는지 두 딸들과 같이 지나가셨다. 어깨가 으쓱하며 나도 이런 곳에 있다는 우쭐함이 기분 좋게 했다.

인연인지 이후로도 두어 번 더 스쳤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책 위원장 이시라는데 제발 남북통일 이 되도록 협력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속 마음으로 빌어본다.

15대 해변으로 꼽히는 누사두아 사왕안 비치로 손자와 둘이서 파도넘기를 하였지만 제자리 뛰어넘기외에는 파도도 너무 크고 경사도 심하며 특히 바닥이 암석층이 있는거 같아 아마추어인 우리는 이내 나와버렸다.

썬비치에서 물멍만 하다가 야외 수영장으로 옮겼다. 신나게 장난하며 즐기다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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