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마음을 예보했더라면 약간 소란, 정도였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들은 난폭한 말이 나무 가시처럼 손끝에 박혀 있었으니까. 원하지 않았던 논쟁을 하거나, 하루종일 속이 좋지 않거나, 아무 일도 없이 마음이 이리저리 흔들리던 날들은 모두 ‘약간 소란’ 정도였으니까.
매일 책상에 두던 작은 쪽집게를 찾지 못해서, 늦은 밤까지 그 미운 가시를 빤히 보고만 있었다. 이런 날들은 참 많기도 했었는데, 수천 개의 가시가 박히는 동안에도 빨간 점으로 남는 상처를 잘 메우는 방법은 아직도 배우지 못했다. 고작 해야 가만히 보다가, 모른 척 할 일을 해보다가, 아픈 자리를 툭툭 건드리기나 하면서.
우연히 모르는 사람들의 새해 다짐을 듣다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새해에는 일 주일에 세 번만 울고 싶다고. 무딘 듯 하는 그 이야기가, 웃으며 해외여행이나 높은 학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사이의 그 작은 목표가 알지도 못하는 나에게 간절히 다가왔다. 그녀의 멍든 마음이 소매 끝을 잡고, 그 손끝의 가시가 다시 내 손끝에 박힌 것만 같았다. 괜히 마음이 시큰거렸다.
울어서 될 일이라면 주저앉아 매일을 엉엉 울고 싶다. 노래를 불러야 한다면 내 작은 방이 메아리칠 때까지 소리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마음은 그렇지가 않더라. 오늘은 쪽집게가 없다는 핑계로 마음껏 아팠는데, 내일은 무엇을 이유로 아플 수 있을까. 아니면 아프지 않아도 참 좋을 것만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