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주안 Feb 08. 2023

사유의 시간

당신은 오늘 살아있었나요.

 한바탕의 소란이 지나고. 나는 다시 작은 방에 앉아 있다. 작은 조명을 켜고, 적당한 어둠이 섞인 공간에 앉아 사유한다. 요즘의 나는 얼마나 살아서 지내왔는지.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 해야 할 일들을 하는 사이에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핸드폰을 열어 아무 의미 없는 것들을 보느라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저녁쯤이 되어서야 겨우 바깥에 나가 하늘을 보고 마음을 잡아 들어왔다. 그제서야 조금, 무엇인가 트이는 느낌. 저녁까지 삶이 죽어 있었던 느낌.


 글을 적지 않은 며칠간의 시간을 반추해본다. 단지 글을 적지 않은 시간이 아니라, 무엇도 사유하지 않은 시간이다. 무엇이 나를 살아있게 하는지를 알고 있음을 다행으로 여겼고 그것을 하지 않음으로 살아있지 않았던 시간을 아프게 생각했다.     

 며칠 전의 어느 목소리는 내게 “눈이 반짝이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해 왔다. 나의 삶을 오롯이 바쳐도 아깝지 않을, 잠과 식사도 잊어가며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그것을 찾아내기 위해 세상을 알아가는 중이라도. 이야기의 말미 쯤에 나는 괜히 그런 말을 붙였다. “너는 분명 그 일을 찾아낼 거야.” 요즘 부쩍 드물어진 진심을 담아서.


 아주 작은 일에도 확신을 담지 못하는 내가 그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언젠가 그이의 눈에서 빛나던 무언가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불이 붙은 듯 무언가를 해치워나가던 그이의 생生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전화를 끊은 후에도 그 눈빛의 잔상이 남아 어지러웠던 오후에, 나는 잘 살고 싶어하는 이를 생각하며 나의 삶을 다시 생각해야만 했다.     


 익명의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오늘 살아있었나요. 오늘 중에 몇 시간을, 몇 분을 살아있었나요. 혹 그러지 못했다면, 당신이 마지막으로 살아있었던 때는 언제인가요. 누군가는 웃음을 짓고 또 누군가는 마지못해 고개를 푹 숙일지도 모르겠다. 적당한 밤에 앉아 살아있음을 생각했고, 가능하다면 나의 그것은 눈이 반짝이는 무언가였으면 하고 바랐다. 

작가의 이전글 눈이 오는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