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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환 Jan 17. 2020

'사람은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는 진리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을 때다 다 된 것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보통 우스갯소리로 많이 하는 말이다. ‘웬일로 네가 이런 행동을 하느냐’는 놀라움이 들어간 말이다.


이제 마흔 줄에 들어서는 필자는 요즘 이 말이 가볍게 넘길 말이 아니라는 확신이 자꾸 든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은 변하기 어렵다는 것을 거듭 느끼기 때문이다.


6세, 9세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나는 최근 배우자와 좁힐 수 없는 육아 방식의 차이를 느낀다. 싸우기도 하고 대화도 하고 해봤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나는 주말에 6세, 9세 두 아이의 육아를 할 때 머리 속에 하루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일단 낮잠 시간을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들이 잘 때 같이 자거나 자유시간을 가져야 한다. 낮잠은 오후 3시 전에 재워야 한다. 그래야 저녁에 제 시간에 잔다. 그러면 대충 타임 테이블이 그려진다. 보통 외식인 점심 식사는 언제쯤 해야 하고, 하루에 두 차례 보여주기로 약속한 TV 시청 시간도 윤곽이 나온다. 이 계획에 따라 애들을 적절히 통제해야 한다.

하지만 배우자는 전혀 다르다. 끌리는 대로 사는 스타일이다. 애들이 뭔가에 정신 없이 빠져서 즐거운 모습을 보인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낮잠도 정해진 시간에 억지로 재울 필요는 없다. 놀다가 잠이 오면 자는 거다. 식사 시간이나 잠자리에 드는 시간도 때에 따라 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즐기는 것이다. 특히 독서 같은 바람직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어떠한 제한을 가해서 안 된다.


사람들은 보통 결혼을 하고 배우자의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고 말한다. 육아 방식은 말할 것도 없고, 소비 생활에 대한 철학 등 다른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자두 노래 ‘김밥’에서는 연인의 다름을 ‘몇 십년 동안 서로 달리 살아온 우리 달라도 한참 달라 너무 피곤해’라고 표현했다. 결혼을 하면 더 많은 ‘다름’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결국 ‘선호’는 잘 변하지 않는다. 결국 결혼하고 집안 싸움이 벌어지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은 문제다.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집안 문화가 부딪히는 경우가 생기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건 서로를 바꿀 수 있는 문제로 접근하면 안 되고, 인정하고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에 가깝다.


정치나 사회 문제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내가 공부를 많이 해서 논리를 무장하면 누구도 설득할 수 있고 그 사람이 바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세상 물정 정말 모를 때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가 났을 때 40대~50대 사이에서 조국은 금기어였다고 한다. 논쟁을 해봤자 서로 기분만 나쁘고 설득 당하기는 정말 싫다.


세계적인 심리학자인 조너선 하이트는 저서 ‘바른 마음’에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사람의 사고는 어떤 입장을 먼저 정하고 그 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찾는 방식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하이트는 이를 두고 내 마음의 변호인을 찾는다고 말했다. 어떤 선호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그 선호를 바꾸라는 말을 들으면 언짢은 마음이 먼저 드는 것도 본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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