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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환 Feb 17. 2020

검찰의 오버로 드러난 사법농단 수사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법농단 사건 1심 판결이 최근 잇따라 나왔다.

무죄가 잇따르고 있다.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신광렬 조의연 성창호 판사,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 모두 무죄로 나왔다.


법원 1심 판결에 따르면 이들의 행위를 보면 모두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는 아니지만, 현행 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임성근 전 부장판사에 대한 판결에서 그러한 면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임성근 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부를 총괄하면서 구체적인 판결에 대해 언급을 했다. 이는 금기를 넘어선 것이다. 재판부도 헌법에 명시돼 있는 법관의 독립을 침해했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렸다. 그렇지만 형법의 직권남용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업무에 다른 법관의 재판에 관여할 수 있는 업무 자체가 없기 때문에 직권을 남용한 것이 아니고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극히 법리적인 논리지만 그게 판례고,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어쩔 수 없는 원칙이다.


이러한 일이 일어났을 때 처벌할 법을 만들고 후속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소급 적용은 힘들다. 그렇지만 세상 일을 모두 완벽하게 대비하기는 힘들다. 세월호 같이 큰 사고가 나야 선박 적재 기준이 엄격해 지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새로 유행해야 감염병 관리 체계가 다시 정비될 수밖에 없다.


나쁜 일을 한 판사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 법관 탄핵 절차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회가 법관을 탄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금 문제가 된 판사들은 판결문에도 위헌적 행동을 한 게 드러났기 때문에 국회가 탄핵 절차를 시작하면 된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수 있지만, 필자는 이 기소는 무리였다고 생각한다. 검찰이 수사를 다하고 이러이러한 위헌 행위가 있었다고 발표를 했으면 가장 좋았을 것이다. 그러면 국회의 탄핵도 힘을 받았을 수 있다.


필자가 본 검찰은 다른 기관을 믿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들의 기소로 응징해야만 정의가 실현됐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직권남용의 법리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확대해석한 것이다. 검찰은 어떻게 보면 '꽃놀이패'를 손에 쥔 것이다. 지금처럼 이렇게 무죄가 나오면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라고 공격하면 되기 때문이다. 사법농단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상당했고, 면밀한 법리 검토 없이 기소해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기소를 하고 본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많은 보수 언론들은 이 기소가 정권의 무리한 수사 지시였다는 식으로 기사를 쓴다. 과연 그럴까? 필자가 알기로는 그렇지 않다. 당시 사법농단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던 정부의 핵심 인사는 검찰 수사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범위가 자꾸 확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핵심 인사들에 대한 최소한의 수사와 필요한 법관 탄핵 정도를 원했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이 검찰에 사건을 넘기는 순간 청와대나 정부, 대법원은 이 사건을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발단은 청와대나 문재인 대통령, 대법원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이 수사는 철저히 윤석열 검찰총장(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의 작품이다. 대법원이 끝까지 망설였던 것도 검찰의 오버 때문이었을 것이다. 검찰은 법원과 자주 충돌한다. 특히 주요 피의자의 영장 기각 가지고 충돌한다. 그런데 영장 전담판사와 그들을 감독하던 형사수석부장판사를 콕 집어서 기소한 것은 아무 의도가 없다고 봐야 할까?


민주주의에서 권력은 절제된 상태에서 행사되고, 서로 견제를 받고 의식할 때 가장 아름답게 행사된다. 법관들의 일탈행위와 함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검찰의 오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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