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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환 Sep 05. 2021

평생 을이 돼 본 적이 없는 특수통들

점점 드러나는 윤석열의 민낯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하면서 그의 약점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주요한 문제들에 대해서 윤 전 총장은 역시 깊이 공부가 돼 있지 않았다. 나쁜 놈을 잡아들이고 처벌하려는 관점에서만 사회 생활을 했던 사람이 우리 사회의 주요한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식견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낮다.


윤 전 총장은 태도 측면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 출마선언을 한 직후부터 '쩍벌' 자세는 계속 지적을 받았고, 자신을 비판하는 기사가 나오면 걸핏하면 고발을 들이대면서 아직 정치가 아닌 사법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그에게서 일관되게 보이는 모습은 좋게 말하면 거침이 없고, 나쁘게 말하면 건방지다는 것이다. 그가 만든 설화 중 대표적인 것은 불량식품 발언인데 언론사 인터뷰에서 매우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사용한 것이다.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가 공개한 과거 윤 전 총장과의 통화 내용을 보면 윤 전 총장은 기자를 잘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말을 한다.


윤 전 총장은 지금까지 기자를 별로 무서워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법조 기자들은 특수통이 가지고 있는 수사 정보 앞에서 순한 양이 됐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건방지고 재수 없어도 기자들은 특수통들을 쉽게 비판할 수가 없다. 한 번 잘못 비판했다가는 앞으로 계속 정보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정치부 기자가 취재원에게 그런 오만불손한 행동을 봤다면 절대 가만 있지 않았을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상명하복의 문화가 강한 검찰 조직 내에서도 별로 을이 돼 본 적이 없다. 검사는 늦게 됐지만, 조직의 특수통 계보에서 인정받는 검사였다. 김대중 정부에서 검찰총장이 되는 이명재 전 검찰총장은 윤석열을 젊었을 때부터 눈여겨 봤고, 변호사 개업을 할 때 데리고 나가기도 했다. 윤석열은 이후 1년 만에 다시 검찰로 복귀한다.


검찰 핵심 수뇌부도 특수통들을 쉽게 건드리지 못한다. 윤석열은 한상대 검찰총장 재직 시절 검란을 주도하면 한 총장을 물러나게 했었다. 과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로 대표되는 특수부는 검찰총장도 함부로 어쩔 수 없는 포스를 과시했다. 중요한 사건을 주물럭 하는 검찰 특수부의 수사에 개입하는 것은 총장도 부담이다. 특수통들은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언론을 활용해 총장을 견제했다. 윤석열이 국정원 댓글 수사 당시 국정감사장에 나와서 대놓고 윗사람에 항명한 것은 이러한 역사가 축적돼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심지어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 권력도 특수통들을 흔들었다가는 보복을 감수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이런 모습은 여러 차례 드러난 적이 있다. 김영삼 정부 이후 모든 정부가 정권 말기 검찰의 수사 때문에 레임덕을 겪었고, 어려움에 직면했었다.


결국 평생 을이 돼 본 적이 없는 윤석열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 한계는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2022년 3월 대선은 대세가 어느 정도 결정되는 듯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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