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닛 속 사건 꺼내기

전병헌 전 정무수석 수사

by 전환

문재인 정부 들어서 처음으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대규모로 한 것은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사례로 생각된다.

문재인 정부의 제1호 국정과제는 적폐청산이었고, 검찰은 적폐 수사로 적폐 청산의 최첨병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보수적 색채를 가진 언론과 야당을 중심으로 검찰의 적폐 수사에 대한 비판이 많았었다. 검찰이 권력의 눈치만 보고 권력이 원하는 수사를 하고, 권력의 충견(忠犬)에 불과하다는 게 비판의 요지였다.


이런 비판이 연일 계속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났을 때쯤인 2017년 11월 7일 한 일간지 1면에 '검찰, 현직 靑 수석 금품 로비 수사'라는 기사가 나왔다.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것이었다.


전 전 수석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지만, 수사는 일사천리로 흘러갔다. 국회의원 시절 롯데홈쇼핑으로부터 재승인 관련 문제제기를 하지 말아 달라는 청탁을 받고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한국e스포츠협회에 3억 5000만 원을 내게 했다는 게 주요 혐의했다. 검찰은 GS홈쇼핑으로부터도 뇌물을 받은 혐의를 포착해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전 전 수석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두 차례에 걸친 구속영장 청구는 법원에 의해 모두 기각됐다.


검찰은 결국 전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했다. 기소하면서 롯데홈쇼핑, GS홈쇼핑, KT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적시했고, 청와대 수석 시절 기획재정부에 압력을 넣어 한국e스포츠협회 관련 예산을 배정하게 한 것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기소 사실에 포함시켰다. 국회의원 시절 본인, 아내 해외 출장비와 입법 보조원 급여 지급은 횡령 혐의로 기소됐다. 전 전 수석은 "먼지떨이 수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전 전 수석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롯데홈쇼핑 뇌물, 예산 배정 직권남용, 일부 횡령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았다. 전 전 수석은 여전히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1심 재판부는 중형을 선고했지만, 전 전 수석을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항소심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검찰과 전 전 수석이 크게 다투는 만큼 이 사건의 최종 결과는 2심을 거쳐 대법원 판결로 나올 것이다.


이 사건은 처음에 언론에 보도됐을 때 기자들 사이에서 '왜 이 시점에 이 사건이 등장했냐'였다. 합리적인 의심의 이유가 있었다. 검찰은 2016년 9월 이미 롯데홈쇼핑 재승인 심사 관련 금품로비 의혹을 수사한 바 있었다.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 등 돈을 건넸다고 검찰이 의심하는 인사들은 이미 전 전 수석 수사가 본격화되기 1년여 전에 이미 수사를 받았던 것이다.


보통 정치인 금품수수 수사는 돈을 건넨 상대방의 혐의를 수사하다 진술이 나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검찰은 진술이 나온 즉시 사실 확인 작업에 들어간다. 이 사건은 과거 사건과 달리 시차가 발생했기 때문에 '캐비닛 속 사건 꺼내기'라는 의심을 받았다. 당시에 관련 혐의를 포착하고도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사를 하지 않다 또 다른 이유에서 수사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야당으로부터 적폐수사만 하면서 과거와 같은 권력의 시녀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고, 변창훈 전 검사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부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배경에 의해 검찰이 정무적 판단을 해 타이밍 상 필요한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물론 검찰은 이러한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은 롯데홈쇼핑 수사 당시 확실하지 않던 첩보들이 그 당시쯤 확인되면서 수사에 돌입했다고 했다. 하지만 의심은 쉽게 가시지 않는 사건이었다. 검찰은 전 전 수석 수사 직전에 뭔가 진행됐다고 납득할 만한 근거를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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