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에 필요없는 존재였다
19살 때부터 29살 때까지 딱 10년 동안 배달 일을 했다. 배달을 시작했던 것은 오토바이 타는 것을 좋아했고, 다른 알바보다 시급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토바이가 위험하다고는 하지만, 나는 조금이라도 돈을 더 많이 버는 일을 해서, 빨리 부자가 되고 싶었다.
중곡동에서 배달일을 시작했고, 나중에는 강남이 시급을 더 준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역삼동에 있는 도시락 집에서 배달을 했다. 10시부터 2시까지 일을 하고, 주급으로 돈을 받았다. 항상 돈이 부족했는데, 월급대신 주급으로 돈을 주니 좋았다.
지금처럼 일회용으로 배달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는 도시락 그릇에 담아서 배달을 하고, 그릇을 수거 했다. 가끔씩 맛있는 반찬이 남아 있으면 몰래 계단에 숨어서 손님이 남긴 음식을 먹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해서 나는 어디서 일을 해도 항상 막내였다. 도시락 배달 하는 곳에서도 같이 배달하는 형들이 3명이 있었고, 내가 막내였다.
하루는 아침에 배달이 없어서 앉아 있는데, 한 형이 내게 와서 다른 사람들은 다 서있는데, 너는 왜 앉아 있냐고 면박을 주었다. 가게 분위를 보면서 눈치 있게 행동했어야 했는데, 내가 눈치 없이 앉아 있는 모습이 형들 보기에는 안 좋았나 보다.
가게 앞 횡단 보도 앞에서 잠시 핸드폰을 보느라 늦게 출발을 했는데, 그 모습을 보고 또 형이 와서 너는 일하는데 핸드폰 보고 뭐하냐면서 화를 냈다.
그냥 죄송합니다. 다음부터 안그러겠습니다. 하면 될 것을 어린 나이에 나도 욱 하고 화가 났다. 왜 시시건건 따지냐고, 형이 배달을 많이 가나, 내가 많이 가나 내기를 하자고, 내가 그동안에 배달도 더 많이 했는데, 내가 하는 행동하나 하나 왜 다 따지냐고, 형이 사장이냐고 따졌다.
매장에서 큰소리를 내고 다투는 모습을 사장님이 보았고, 그날 오후에 사장님이 따로 불러서 이야기를 했다. 이제 그만 일을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급도 많이 주고, 일도 익숙해져서 좋았는데, 갑자기 일을 그만두라고 하니,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몇일 동안 분하고 억울해서 집에서 나오지도 않고 울었다.
요즘 나에 대해서 돌아보는 시간들을 많이 갖고 있다. 나는 참고 참다가 욱하고 터지는 나쁜 버릇이 있다. 좋게 말로 해결할 수도 있는 것들을 쌓아놓고 있다가 한번에 터지고는 한다. 이성을 잃고 화를 내서 주변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말로 조근조근하게 잘 설명하는 것을 잘 못하다 보니, 나의 입장과 상황을 설명하기 보다는 무조건 참고 버티다가 터져버리고는 한다. 요즘 책을 읽고, 강의들을 들으면서 나의 성격과 나의 정체성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을 하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