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방에서 살았던 추억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반지하에 살았다. 방 2개작은 부엌하나. 작은 방에는 엄마의 미싱과 오바르크가 있었다.
엄마는 홈패션을 했다. 작은 손지갑을 만들어서 저녁에는 성내역 지하철역에 가서 팔았다.
안방에서 우리 세 식구가 잠을 잤다.
보일러는 연탄 보일러였다.
그때만 해도 연탄가스로 질식해서 사람들이 죽었다는 뉴스가 자주 나왔는데, 우리 가족이 지금까지 무사한 사실이 감사하다.
화장실과 연탄창고는 마당 밖에 있었다. 나는 자다가 화장실에 가는게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오줌 전용 병에 오줌을 쌌던 기억이 난다.
연탄불이 꺼진 날에는 이웃집에 가서 불붙은 연탄을 빌려왔다. 하루는 붏게 달궈진 연탄집게를 손으로 잡아서 손에 물집이 잡힌 적도 있다. 아빠는 연탄불이 꺼지지 않게 새벽에 일어나 연탄불을 확인 하셨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방학 숙제로 색깔 양초를 만들어 오라고 했다. 엄마와 나는 깡통에 양초와 크레파스를 녹여서 무지개색으로 이쁘게 만들려고 했다. 연탄불에 오래 달궈진 깡통에 불이 붙어서 꺼지지 않았다.
나는 다급한 마음에 “엄마 얼른 물 부어!” 하고 외쳤다
물을 붓자 불꽃이 부엌 천장까지 확하고 커져버렸다.
엄마의 눈썹과 앞머리가 그을렸다.
나는 손, 발이 너무 떨렸다. 30년전 일이지만 얼마나 놀랐던지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만들기를 좋아했다. 특히 전기로 움직이는 것을 좋아해서 미니카는 나의 애장품 1등 이었다.
백과사전을 방문판매 아저씨의 미니카 경품이 더 탐이 나서 아빠를 졸라서 백과사전을 샀던 기억이 난다.
나는 전선을 갖고 노는 것도 좋아했다. 우리 집은 1110볼트 였는데, 나는 두개의 전선을 콘센트에 넣으면 불꽃이 튀기는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엄마 이것봐봐 하하하”
그날 엄마한테 엄청나게 혼났다.
그때는 그게 왜 나쁜짓인지 몰랐다.
지금 생각하니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위험한 행동이었다.
고물장수가 오는 날에는 빈병을 가지고 가서 팔았다.
빈병을 주면 바가지로 뻥튀기를 주었다. 뻥튀기는 최고의 간식이었다.
책을 읽다가 ‘반지하’ 라는 키워드를 보니, 나의 어린시절이 기억이 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하나 밖에 없는 아들 잘 키우기 위해서 고생하신 아버지, 어머니에게 감사 연락을 한번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