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현근 코치 Mar 22. 2023

터닝포인트

나의 인생의 터닝포인트 1

지금까지 내 인생을 살아오면서 3번의 터닝포인트가 있었다.


첫 터닝포인트는 고3때였다. 나는 서울에 한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녔다. 고 3때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어려운 집안 형편과 나의 성적으로는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지원해서 직업반을 선택했다. 담임 선생님은 깜짝 놀랬다. 너가 왜? 직업반을 가려고 하는지 의문을 가지셨다. 하지만, 선생님도 나의 의지를 꺽지는 못하셨다. 일주일에 한번만 학교를 가고 다른 날에는 신설동에 있는 한독 자동차 학원에 가서 기술을 배웠다. 원래는 항공기 관련 일을 배우는 곳을 지원을 했지만, 신청자가 많아서 2순위로 지원한 자동차학과를 갔다.


사실 나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에 공고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만류에 공고를 가지 못하고, 인문계 고등학교에 갔다. 어릴 때부터 만들기를 좋아했던 나는 공고에 갔으면 오히려 지금 더 큰 성공을 이루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고3때 직업반에 가서 자동차 기술을 배웠다. 나는 나만의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자동차 학원을 다니면서 수업을 들었다. 이론 수업은 지루했지만, 자동차 엔진을 다 뜯어서 부품하나 하나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는 재미 있었다. 나는 이론보다 실습이 좋다.


일주일에 한번만 학교를 가는 날은 죽기보다 싫었다. 진도도 모르고, 반 제일 뒤에서 멍청이 처럼 앉아만 있어야 했는데, 나는 그 시간이 너무 고통 스러웠다. 하루는 영어 선생님이 미리 챙겨오라고 공지했던 영어 교재를 준비해 가지 못했다. 일주일에 한번만 학교를 가니 알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선생님이 지정한 교재가 아닌, 교과서를 펴 놓고 앉아 있었다.


앞자리 부터 선생님이 아이들의 책을 검사하면서 오시더니, 내가 교과서를 펴 놓고 있는 것을 보고 욕을 하기 시작했다.


이 병신새끼 베트공같이 생긴 새끼 뒤에 가서 서 있어.

아이들은 뒤를 돌아 나를 쳐다 보면서 낄낄 거리면서 웃었다.


영어 수업이 마치고 나는 학교를 등지고 나왔다. 그리고 다시는 학교로 돌아가지 않았다.

자동차 기술학원도 가지 않았다. 그날의 상처가 너무 컷다.


엄마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아침에는 학교 간다고 교복을 입고 나와서 한강을 가거나, 산을 갔다.

벼룩시장, 교차로 신문을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알바를 찾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집 근처 중국집 앞에 붙은 직원모집공고를 봤다.


첫월급 80만원 배달원 구함!


가게에 들어가서 면접을 봤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출근을 하라고 했다.

나는 그렇게 중국집 배달원이 되었다.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하루 12시간씩 일을 했다.

1주일 정도가 지나고 반 담임 선생님이 찾아왔다. 학교로 돌아오라고 했다. 나는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했다.

엄마도 결국 학교를 가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엄마가 용돈을 줄테니 학교를 가라고 했지만, 나는 학교를 가지 않았다.


다음날 학교에 자퇴 도장을 찍으러 엄마랑 같이 학교에 갔다. 엄마는 나를 설득하기 위해서 교문 앞에서 펑펑 우셨다.

아니 같이 차라리 죽어버리자고 하셨다. 나는 학교를 다시 돌아가느니 차라리 죽겠다고 했다. 엄마도 나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그렇게 교무실에 들어가서 자퇴 한다는 서류를 작성하고, 도장을 찍고 나왔다. 어머니는 말 없이 눈물만 흘리셨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 잘 키우는 것이 엄마의 평생의 소원이셨을 텐데 나는 그렇게 학교를 등지고 나왔다. 내 나이 19이었다.


딱 1년만 참고 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나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었다. 1년동안 돈을 벌어서 기숙학원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곳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처음 돈을 벌어보다 보니 돈 맛에 빠져 돈을 모으지 못했다.


그때는 몰랐다 1년만 하려고 시작한 배달을 10년 동안 하게 될줄을 나의 20대는 그렇게 배달을 하면서 길거리에서 시간을 보냈다. 꿈도 목표도 없이 오로지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미친듯이 일만을 하며 살았다.


누군가는 묻는다. 학교를 그만둔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고?

아니,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배움에 열을 올리고, 지금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살아갈 수 있어서 감사하다.


누군가에게 들은 말이 있다. 지랄총량의 법칙. 어릴때 지랄을 했으면 나이가 들어서 철이 들고, 어릴 때 철이 들면, 성인이 되어서 지랄을 한다고.

나는 많이 방황하면서 살았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은 철이 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인생의 사계절 그리고 하루의 밤과 낮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