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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근 코치 Aug 07. 2020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시간들이 디딤돌이 되다

29살,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지만, 막상 어떻게 살아야 하지는 몰랐습니다. 막연하게 그냥 돈만 많이 벌 수 있는 일이면 무엇이든지 해보고 싶었습니다. 평생 배달만 하면서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른 일을 찾고 싶었지만, 스펙도, 경력도 없는 제가 취직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우체국 집배원 면접을 보았습니다. 면접 시험을 보는 날. 세차게 바람이 불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보는 면접. 2명의 집배원을 뽑는 자리에 20여명이 지원을 했습니다. 제 순서가 되었습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질문들을 하는데 한마디도 할 수 없었습니다. 면접관님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저를 처다봤습니다. 배달을 오래 했고, 지도를 잘 보기 때문에 시켜만 주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이 일은 다른 배달과는 다르다고 했습니다.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힘든 일이기 때문에 쉽게 할 수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마지막 질문이 우표 가격을 물어봤습니다. 저는 우표 가격도 몰랐습니다. 결국 면접에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인터넷으로 다른 일자리를 알아봤습니다. 명동에 있는 동부화재 콜센터 직원을 뽑는다는 광고 문구를 보고 연락을 했습니다. 1달간의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한달간의 교육과정을 들을 때는 제가 새로운 일을 도전해서 성취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에 부풀었습니다. 콜센터에서 처음 일해보지만, 성실하게 수업을 들으면서 담당 교육 강사님께 칭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퇴근하면 보험 영업에 대한 책을 사서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돈을 많이 벌고 싶었습니다. 

지인이 제 SNS에 올린 보험 책을 보고, 자신의 A생명보험 회사로 오라고 했습니다. 아직 여기서 일도 제대로 시작하지 않았는데,  새로운 곳으로 옮기고 싶은 마음은 없었습니다. 지인은 저를 계속 설득했습니다. 자신은 월급여 1000만원 이상을 벌고 있다고, 이곳으로 오면 너도 그렇게 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보험은 기본급여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월 100만원 정도의 생활비도 지원을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지인의 계속된 권유로 보험회사를 옮겼습니다. 

콜센터에서 주어진 고객정보를 가지고 전화를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었습니다. 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보험 상품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외부에서 활동을 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멋진 정장을 입은 젊은 멋진 남성들 사이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나도 성공해서 멋지게 성공해서 월 1000만원 이상 수익을 내는 세일즈 맨이 되고 싶었습니다. 

고생한 우리 엄마, 아빠에게 효도하는 아들이 되고 싶었습니다. 

막상 한달간의 교육과정이 마치고,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고객이 없던 저는 계속 지인영업에 대한 권유를 받게 되었고, 제 보험, 우리 가족 보험, 친구들 보험을 가입권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친했던 친구들도 제가 보험 영업을 한다는 이유로 거리를 멀리 두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 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했던 저인데, 매일 영업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되다 보니 매일 무거운 걸음을 이끌고 친구들과 약속을 잡아야만 했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저의 상품을 꺼내면 친구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핸드폰에 있는 오랜 전 직장 동료, 오래전 친구들. 한번이라도 안면이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다 꺼내서 연락처를 적고, 만남을 시도했습니다. 

매일 하루하루가 지옥같았습니다. 3개월 동안 결국 아무런 실적도 내지 못하고, 그만둘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매일 밤마다 울었습니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너무 서럽고, 너무 속이 상하고,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때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수익을 내는 메신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외국계 보험회사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매뉴얼이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보험의 '보'자도 모르는 사람도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서 성과를 내는 것들을 지켜보았습니다. 고객에게 전화할 때 어떤 멘트를 해야 하는지, 약속을 잡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객이 거절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소개 요청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당시에 3개월 동안 배웠던 영업 스킬이 보험 영업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했지면, 에버노트 강의를 하면서, 메신저 사업을 하면서 많은 빛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힘들었던 시간들, 죽고 싶었던 순간들도 돌이켜 보면, 나의 삶의 디딤돌이 되어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많이 힘드신가요? 지금 많이 아프신가요? 지금 아플고 힘든 시간들을 모두 기록으로 남기고, 사진으로 남겨보세요. 나중에는 나의 아픔과 상처와 고통이 누군가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게 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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