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불 끄기 기술
우리는 늘 마음의 평안을 추구한다.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도 친절하고 따뜻한 말과 행동을 통해 편안한 관계를 만들고 싶어한다.
나는 루마니아식 인사에 익숙해져서인지 사람들을 만나면 꼭 안아주는 습관이 생겼다. 친해졌거나 마음이 가는 사람들을 틈만 나면 꼭~ 안아준다. 그것이 서로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이렇게 허그를 통해 주변사람들에게 나의
마음을 드러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해진다.
하지만 가끔씩 내 마음의 평안을 깨뜨리며 화에 불을 지피는 불쏘시개를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상대방을 안아주기가 조금 어색하고 거부감이 생긴다. 신체적 접촉은 마음의 거리를 측량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남편은 꼼꼼하고 친절하다. 그런데 나와 가끔 다툰다. 다툼의 원인은 바로 "어이구, 칠칠맞긴."이라는 불쏘시개 말투이다. 나는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편이고, 물건들을 놓고 다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어디에 무엇을 놓았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가 많다. 그건 나이탓이기도 하다. 그리고 손목이 약해서 물건을 잘 떨어뜨린다. 남편은 기억력이 좋은 편이라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기억한다, 또한 정리정돈을 잘 하는 편이라서 내가 이것저것 편하게 늘어놓은 방을 보면 속이 터지는 듯 하다. 내 물건을 정리해 주며 혼잣말로 한마디를 던진다. "어이구, 칠칠맞긴."
그렇게 내밷은 그 한마디가 내 마음의 불쏘시개가 되어 욱하니 화가 치밀어 오르게 만든다. 모든 털털한 사람들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고, 질서가 있는데, 순간 무시당하는 것 같아 그때부터 얼굴에 열이 나고 기분이 나빠져 결국은 내 입에서도 좋은 말이 안 나가고 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내가 아는 지인 한 분은 기분이 안 좋거나 자기 마음대로 일이 되지 않으면 말을 할 때 짜증 섞인 목소리가 된다. 짜증 나는 말투가 시작되면, 기분이 상하게 되어 신경전으로 이어진다. 왜 짜증을 낼까.
처음에는 내 앞에서만 그런 줄 알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분은 자기 기분을 조절하지 못하고 사람들 앞에게 짜증 섞인 말투로 이야기하다가 관계가 나빠진 경우가 다반사였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번 터 놓고 이야기를 해 보자. 고칠 수 있다면 시도해 봐야지.
남편이 나에게 불쏘시개가 되는 말을 했을 때,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여보, 나는 당신이 그 말을 하면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라. 그 말이 내 화의 불쏘시개가 되는 것 같아. 다음부터는 그 말은 안 했으면 좋겠어.", "그냥 좋은 말로 바꿔주면 안 될까? 그 대신 당신도 내가 하는 말들 중에 기분 나쁜 말들이 있으면 말해 줘. 나도 조심할게."
남편은 별말도 아닌데 뭘 그렇게 기분 나빠하냐고 투덜거리면서도 내 말에 수긍이 갔는지 그다음부터는 그 말을 하지 않았다.
물론 또 다른 불쏘시개가 등장해 그때마다 이야기를 해서 진정시켜야 했지만 말이다.
짜증을 내는 지인 분과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기 말투에 짜증이 섞여있다는 걸 아세요? 그 말투를 들으면 사람들의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조금 조심하면 좋겠어요." 그분은 자신의 말투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 말투가 그랬나요? 난 몰랐어요. 조심할게요." 그 분은 다행히 나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이제는 짜증을 내기 시작하면, 내가 옆에서 조절을 시켜준다. "지금 짜증 내면서 이야기하네요. 조금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하세요." 다행히 그분도 내 말에 수긍을 해서 자기 페이스를 조절하려고 애를 쓰기 시작했다.
내 마음속에 불쏘시개가 있다면 한번 생각해 보자. 그것이 내 마음의 평안을 무너지게 한다면 우리는 그걸 가만히 놔두어서는 안 된다. 그 사람과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나누어 해결해야 한다.
만일 나를 싫어하고 나와 관계를 지속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분명 내 말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상처받지 않기 위해 조금 멀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또한 내가 하는 말들이 다른 사람에게 불쏘시개가 되는지도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내가 어떤 말을 했을 때 상대방이 화를 내는가. 예를 들어, 남편에게 시댁의 불편한 이야기를 한다거나,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말을 한다거나, 들키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마음의 불쏘시개에 불을 지피는 일이다.
말은 사람을 나타낸다. 불쏘시개가 되는 말은 주로 의도적이거나 상대방을 존중하지 못해서 나오는 말들이 많다. 우리는 내가 하는 말 한마디에도 책임을 져야 하는 성인이다. 생각한 모든 말들을 밖으로 내밷는 어리석음은 성숙한 어른들의 모습이 아니다.
어른이라면 어떤 말들이 평화를 가져오고, 어떤 말들이 전쟁을 일으키는 말인지 구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혹시라도 그걸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 서로 알려주고 고쳐주며, 더 좋은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나는 오늘도 불쏘시개가 되지 않기 위해 하고 싶은 말을 꾹 참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