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주관적인 사람

주관적인 객관

by 하빛선

예전에 어떤 분이 나를 보고 '일반적이고 객관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인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말에 처음에는 좀 의아해서 이게 칭찬인가 아닌가 헷갈렸다. 그렇지만 나는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일반적이라는 건 다수의 사람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니까

그 일 때문인지 나 스스로 일반적인 생각을 하며 객관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라고 착각하며 살았던 것 같다. 더군다나 친구들이나 지인들도 내 생각이나 의견에 동의해 주고 지지해 주는 일이 있으면 나의 착각은 더욱더 견고해졌다.


그런데 가끔 남편과 대화할 때 내 믿음은 무참히 깨져버린다.

내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 것을 말해도 남편은 "그건 자기 생각이지"라고 대답한다

"사람들도 다 그렇게 생각할걸?" 하고 나는 자신감 있게 반박하지만 왠지 내가 불리한 느낌이다.

우리 부부는 대부분의 부부처럼 달라도 너무 다른 부부이다. 남편은 내 의견을 자주 물어봐주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 부분에서는 아주 강하게 내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아이들하고 이야기할 때는 더 불리하다. 큰 녀석은 그래도 이제 나름 어른이라고 엄마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수용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어떤 일을 시도할 때는 엄마의 의견을 물어보고 결정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지나치게 솔직한 작은 녀석은 엄마가 생각지 못하는 부분들을 지적한다. "엄마, 엄마는 왜 엄마생각이 다 맞다고 생각해? 엄마 생각이 다 맞는 건 아냐."라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우리 집 두 녀석들은 각각 6살 4살 때 이민을 왔다.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거의 20년 동안 한국과는 전혀 다른 교육환경과 문화 속에서 자랐다. 요즘 MZ들도 기성세대와 세대차이가 많이 나서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데 하물며 대부분의 시간을 외국에서 보낸 아이들은 자라면서 사고하는 방식이나 행동하는 양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을 것이다.

집에서 아무리 한국어로만 이야기하고 김치 없으면 밥을 못 먹는 한국식성이라도 한국에서는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전혀 낯선 일로 다가올 때가 있을 것이다. 집에서 말도 별로 안 하는 남자 녀석 둘을 집에서 가르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한국에서는 학교나 직장, 친구들,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저절로 배워지는 한국인들만의 정서들이 있지 않은가. 그런 정서가 없는 아이들에게 한국적인 사고방식을 요구할 때는 나는 더 이상 객관적이거나 일반적이지 않다.

뭐가 객관적이고 일반적인 생각이라는 걸까. 한국적인 생각이 객관적이고 일반적인 생각인 걸까. 생각해 보니 정말 어쭙잖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구먼.


가만 생각해 보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아이들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저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이 정답이고 올바른 정보인양 강요하며 떠들어댔던 것 같다. 수용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답답하고 어이가 없어 입이 벌어진다. 이게 아닌데... 한국사람들을 만나서 혹시라도 실수할까 봐 걱정이 앞선다.


하긴 같은 한국사람인 남편하고 나도 "서로 달라도 너무 달라" 하면서 고개를 저을 때가 있다. 같은 한국사람일지라도 우리는 모두 다른 환경 속에서 성장했다. 자란 환경도 다를 뿐 아니라 성장할 때 받은 영향도 각자 다르다. 또한 한국어라는 언어는 같아도 사람마다 말하는 스타일이나 선택하는 단어가 똑같지 않다. 각자 선호하는 표현들이 다르고 자주 사용하는 말들이 다르다. 내가 사용하는 말들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서로의 말들이 외국어나 다를 게 없다.


갑자기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막막해졌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썼던 글들이 다 실수로 느껴졌다. 내 글이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객관적인 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내가 객관적이고 일반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우쭐대며 사람들의 생각들을 무시한 적은 없었는지, 혹은 내 생각을 은연중에 강요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불안해졌다.


우리는 너무 주관적이다. 너무나도 주관적인 생각을 하면서도 그것이 일반적이고 객관적이라 믿고 싶어 한다. 그렇게 믿고 글을 쓰기도 하고 말을 하기도 한다. 우리의 생각은 일관성도 없다. 상황에 따라 입장이 자주 바뀐다. 이런 내 주관적인 생각을 가장 일반화시키고 객관화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내가 객관적이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내 생각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적용시킬 수 있는가?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그것은 주관적인 생각이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조차 너무 주관적일 수 있다. 많은 사람에게 적용시킬 수 있는 글이 아닐 수 있다. 그러므로 나는 너무 객관적인 사람에서 너무 주관적인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좀 억울해서 조용히 한번 중얼거린다. '주관적이면 뭐 어때? 그게 나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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