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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아이들

어디에서도 같은 얼굴을 가진 사람이길

by 하빛선

아이들은 두 얼굴을 가졌다. 부모와 함께 있을 때와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다른 얼굴을 한다.

나 또한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일지도 모른다. 집에서의 모습과 직장에서의 모습이 다를 수 있다. 물론 나는 같은 모습이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가끔 아는 엄마들을 만날 때면 속상한 이야기들이 오고 간다. 부모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부모와 연락을 끊은 이야기, 성격이 밝고 말도 잘 듣던 아이였는데 갑자기 자살을 시도한 이야기, 열심히 미래를 꿈꾸던 아이였는데 갑자기 꿈을 포기한 아이의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한 엄마는 고백한다.

"저는 우리 아이를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지금 보니 아이를 전혀 몰랐어요. 아이들이 밖에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말을 안 하니까요. 나도 우리 아이가 그렇게 다른 삶을 살고 있는지 일이 터진 후에서야 알게 되었어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살짝 불안해졌다. 우리 아이들도 그런 마음으로 살고 있으면 어쩌지?"

나는 아이들이 집에 오면 가끔 이렇게 물어본다.

"개미야, 밤톨아, 엄마아빠한테 혹시 상처받거나 서운했던 게 있니? 만일 있다면 이야기해 줘."

"그런 거 없는데? 엄마아빠보다 외국에 살면서 힘들었던 건 있지~"

"그럼 혹시 힘든 일이 있는데 말하지 못하고 있는 게 있니? 말해줘야 엄마가 도와줄 수 있지."

"그런 거 없어."

아이들의 대답에 다행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여전히 못 미덥다.


개미와 밤톨이도 가끔 친구들이나 아는 형들 이야기를 한다.

"엄마, 아이들이 얼마나 두 얼굴을 하고 다르게 사는지 알아? 나는 정말 반듯한 형이라고 믿었는데, 밖에서 막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랐어."

"그래? 그렇구나. 밤톨아, 어쩌면 그 형에게는 지금이 힘든 시간일지도 몰라. 방황하는 시기지. 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반듯한 형으로 돌아올 거야. 사람들에게는 항상 힘든 시간들이 존재하고, 그 시간이 지나면 더 성숙하거든. 그걸 나쁘다고 생각하면 안 돼. "

"아, 그럴 수도 있겠네."


나는 밤톨이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너는 집에서 하고 밖에서 얼마나 다른 삶을 살고 있어?"

밤톨이는 바로 대답하기를 주저하더니 부끄러운 듯 대답했다.

"나는 한 70% 정도는 똑같아. 엄마가 아는 나하고 밖에서의 나하고 차이가 많이 나지 않지만, 100% 똑같다고는 할 수 없지.ㅎㅎㅎ"

"그렇구먼. 엄마도 네가 100% 똑같다고 생각은 안 해. 집에서는 착한 아들이어야 할 때도 있으니까. 엄마가 살짝 속아주기도 하지. 하지만, 어디를 가도 같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네."

"알겠어."


우리 집 아이들은 형제다 보니 서로 경쟁심도 있고,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 척하면서도 관심이 많다.

개미는 늘 밤톨이를 관찰해서 엄마에게 고발하고, 밤톨이는 늘 형인 개미를 지켜보고 엄마에게 보고를 한다.

나는 두 아들의 민낯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눈을 감는다.


아이들이 두 얼굴을 한다는 것은 엄마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혹은 이제 성인이 되어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일 거다. 심각한 일이 아니라면 그냥 눈을 감아주고 모른 척해줘도 괜찮을 것 같다.


나도 학교 다닐 때를 기억한다.

엄마는 내가 아주 순진하고 착한 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매우 당돌하고 놀기 좋아하는 철부지 대학생이었다. 엄마에게 거짓말하고 자취하는 친구집에서 밤새 놀기도 했고, 책 산다고 거짓말하고 용돈 받아 친구들과 영화 보고 놀기도 했다. 그때 내 엄마도 나처럼 눈을 감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한 번은 내가 잘못한 일을 들킨 적이 있었다. 그런데 엄마는 내 변명을 듣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무슨 말을 하든 그냥 믿어주기로 한 것처럼.


나도 우리 아이들을 믿어주는 엄마가 되려고 노력한다. 사는 이야기를 일일이 하지 않아도, 실수하고 포기하고 잘못한 이야기들이 있겠지만, 성숙하기 위해 견뎌내야 하는 시간들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우리는 평생 젊지 않고, 그 젊은 고뇌의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힘든 만큼 성숙해지리라 믿을 수밖에.


다행히도, 지금까지는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는 것 같아 안심이 되지만,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항상 누구에게나 어디서나 같은 얼굴을 하며 살아가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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