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의 다음에 합시다. 회의 시간이 5분이 지났는데 반도 참석 안 했네요”
팀장은 이 말을 남기고 회의실을 빠져나갔습니다. 회의를 주관한 박 대리는 상사의 갑작스러운 회의 취소에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정각에 회의에 참석한 일부 직원들의 얼굴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박 대리를 더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자리로 돌아와 이메일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팀장은 전체 부서원들에게 오늘 회의가 취소되었다는 이메일을 보내면서 박 대리가 제대로 회의 공지를 못해서 반 이상이 정각에 회의실에 못 온 것 같다고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메일 하단에 친절하게도 박 대리에게 회의 공지를 제대로 하라고 조언까지 하며 이메일을 끝냈습니다. 박 대리는 억울해서 화가 났습니다. 3일 전부터 2번에 걸쳐서 remind email을 전체 직원에게 보냈기 때문입니다.
팀장이 왜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을 이토록 미워하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팀장의 집무실로 당장 찾아가서 이메일을 2차례나 보냈었다고 따지려고 했지만 애써 그 마음을 진정시켰습니다. 그 또한 직장 생활 5년 동안 본능적으로 배웠기 때문입니다. 팀장을 바꾸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것을요.
비단 직장인뿐만 아니라, 인간이 우주에 혼자 동떨어져서 살지 않은 이상, 모든 인간은 인간관계로 힘들어합니다. 인간이 풀어야 할 중대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인간관계입니다.
세계 3대 심리학자 중 한 명인 알프레드 아들러는 ‘인간의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라고 말했고, 데일 카네기도 ‘인간의 모든 행복과 성공의 85%는 인간관계에 달려있다’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여러분도 지금 잠시 눈을 감고 최근에 말다툼한 상대를 떠올려 보세요? 그것이 언제였고 누구였나요?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친구와 친구 사이에도 인간관계란 강이 흐르고 그 강을 왕래하는 데는 많은 갈등과 오해라는 걸림돌들이 존재합니다. 돈 문제, 사랑 문제, 건강 문제, 일의 문제 등 많은 환경들이 감정싸움을 하게 만들고 서로 상처를 주는데요.
그만큼 인간관계는 너무 힘듭니다. 특히 직장인이 회사에서 겪는 인간관계는 더럽게 힘듭니다. 왜냐하면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퇴사 사유 1위는 상사, 직장인 90%는 퇴사 고민한다’라는 중앙일보 기사(2019.6.27일 자)에 따르면, 직장인이 퇴사를 결심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상사 때문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박 대리의 사례처럼, 직장 상사와의 인간관계가 힘든 이유는 그들이 부하직원의 고과를 매긴다는 것이고, 일을 시키는 자리에 있기 때문에 직장인은 그 지시에 잘 따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상사의 눈 밖에 나는 날에는 맡은 업무에서 사사건건 압박을 당하여 퇴근 시간과 퇴근 후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인간관계 전문가들은 상사와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꿀팁들이 있으니 적극 적용해 보라고 조언해 줍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꿀팁은 ‘상사의 질문에 숫자로 대답하라’는 것입니다. 만약 상사가 “최 차장, 내가 시킨 일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라고 물었을 때 아마추어는 이렇게 대답한다고 합니다. ‘아 그거, 점심 먹고 와서 하려고요’ 부하직원이 이렇게 대답하면 좋아할 상사는 거의 없겠지요.
반면에 일 잘하는 프로는 이렇게 대답한다고 합니다. ‘네 팀장님, 지금 85% 완료 상태이고, 앞으로 1시간 뒤 완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여러분이 상사라고 해도 매우 흡족해할 만한 대답 아닌가요? 아마추어나 프로나 둘 다 아직 보고를 하지 못한 사실은 동일하나 상사에게 신뢰를 주는 답변은 바로 프로처럼 수치화하여 답변하는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두 번째 꿀팁은 미운 상사라고 해도 그의 강점을 어떻게든 찾아서 존경하려고 노력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마음에 내키지는 않더라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니, 상사를 칭찬하라고 조언합니다. 헐~뭥미? 아니 이게 말이 쉽지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는 존경과 칭찬을 하라니 이래서 남의 돈 벌기가 쉽지 않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꿀팁들이 효과적인 날도 있긴 하겠지만 문제는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무척 어려워 보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감정에 따라서 쉽게 되는 날도 있고 안 되는 날도 있기 때문입니다. 기분이 좋은 날엔 그럭저럭 티 안 내고 시도해 볼 수 있겠지만, 회사 정문만 통과하면 급 우울해지는 날이 대부분인 직장인들에게 이런 꿀팁은 무용지물처럼 느껴집니다.
그보다 좀 더 근본적인 방법은 없을까요?
더럽게 힘든 직장생활을 조금 덜 힘들게 슬기롭게 헤쳐나갈 방법 말이죠. 다행인 것은 이 어려운 난제의 봉인을 열 수 있는 열쇠가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열쇠를 찾는 방법에 대하여 지금부터 핵심만 간략하게 이야기해 볼게요.
알프레드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 따르면, 인간관계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는 4가지라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나 자신, 상대방, 환경 그리고 나와 상대방과의 관계가 그것들입니다.
그런데 이 4가지 기본 요소 중에 가장 바꾸기 쉬운 것은 무엇일까요? 가장 바꾸기 쉬운 것은 나 자신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다음 쉬운 것은 나와 상대방과의 관계, 그다음은 환경 그리고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상대방이라고 합니다.
아들러에 따르면, 가장 바꾸기 쉬운 것이 나 자신인 이유는 내가 변화할 용기만 있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다음 쉬운 나와 상대방과의 관계는 직장에서 미운 동료와 인간관계를 끊고도 필요한 업무는 대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다음 쉬운 것이 환경인데요. 정말 못 참겠으면 우리는 직장이란 환경을 탈출하여 다른 회사로 이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바로 상대방을 바꾸는 일입니다. 상대방을 바꾸려고 우리가 노력하는 순간 모든 인간관계의 고민은 시작된다고 강조합니다.
미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 남자가 새벽에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새벽이라 지하철에는 그 남자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밤새 야근을 한 탓에 피곤한 나머지 잠시 잠을 자려고 하는 찰나에 다음 역에서 사내아이 2명과 그들의 아버지가 탑승했습니다.
그런데 사내아이 2명이 지하철에서 소리를 지르며 시끄럽게 뛰어다녔습니다. 잠을 자려던 남자는 시끄러워서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왜 아버지란 사람은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지 않지?’라는 생각이 들자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를 조용히 시키라고 말을 할까 말까 갈등하는 순간, 반대편에 앉아 있던 아이들 아버지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아이들 때문에 신경 쓰이죠? 미안합니다. 그런데 오늘 새벽에 이 아이들 엄마가 하늘나라로 갔어요. 한 달 동안 엄마와 병원에서 지냈던 아이들이 처음으로 밖에 나와서 뛰어노는 것이니 조금만 이해해 주길 바랍니다”
이 말을 들은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들 아버지의 목적을 이해하고 나니 짜증을 냈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아들러는 이렇게 말합니다. ‘개인심리학에서 우리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이처럼 드러난 증상이 아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이 아니라 그 방법으로 무엇을 달성하려 하는지 목표에 초점을 맞춘다’
이처럼 인간관계의 실마리를 푸는 해답은 바로 인간의 모든 행동엔 목적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상사의 말이나 행동으로 상처를 받았다면, 매번 바뀌지 않는 상사를 욕하기보다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나와 상사는 목적이 다르다. 분명 내가 알지 못하는 상사의 목적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용기를 내어 상대방보다 나 자신을 바꾸는 연습을 하는 것이죠.
박 대리의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팀장의 목적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팀장은 박 대리를 회의실로 따로 불러서 그의 목적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고 합니다. 박 대리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매번 회의에 늦는 특정 부서원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해서였다고 말이죠. 박 대리도 팀장이 언급한 매번 늦는 특정 부서원들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미리 팀장이 그의 목적에 대하여 언질을 해 주었다면 오해하고 상처 받지 않았겠지만, 팀장도 즉흥적인 행동임을 인정했다고 합니다. 박 대리는 팀장의 목적을 다 듣고 나니 꼬여 있던 팀장에 대한 미움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결국, 인간관계의 비밀을 푸는 열쇠는 이것입니다. 우리는 타인을 바꾸지 못합니다. 다만 용기 내어 나를 바꿀 수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나와 상대방의 목적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상사의 말과 행동에 상처를 받았다면 먼저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흠, 상사는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목적이 있구나’라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