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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범용의 습관홈트 Mar 16. 2019

용기를 주는 대화법, 나 전달법

 소중한 사람에게 용기를 주는 말투

3월의 포근했던 어느 날 저녁.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둘째 딸아이(7살)가 저에게 달려옵니다. 


그리고 놀아 달라는 애처로운 눈빛을 사정없이 발사하며 애교를 부렸지요. "아빠 옷 좀 갈아입고 올게~"라고 간신히 딸의 간절한 요구를 뒤로 미루는 데 성공하고 옷을 갈아입고 거실 소파에 앉자마자 무언가 묵직한 것이 제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했습니다. 네 맞습니다. 딸이 어느새 제 어깨에 기어 올라가 두 다리를 걸치고 무등을 타고 있었습니다.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죠. 


그 오만 가지 생각 중에 며칠 전 일이 생각났습니다. 그날도 어제와 비슷한 상황이었죠. 퇴근하고 옷을 갈아입고 소파에 앉자마자 둘째 딸아이가 제 어깨에 두 다리를 활짝 벌려 무등을 타고 까르르 웃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못할 말을 했지요. 


이혜율~!!! 너 당장 안 내려와? 

딸아이는 시무룩해져서 제 어깨에서 두 다리를 철수하고 퇴각하는 명령을 스스로 내리고 울면서 자기 방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딸아이의 용기를 짓밟아 버렸습니다. 






제 마음도 불편했지요. 그리고 그 사이 저는 알프레드 아들러의 "인생에 지지 않을 용기"라는 책을 읽고 '나 전달법 (I-Message)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인생에 지지 않을 용기, 알프레드 아들러 저



'나 전달법' 이란 아껴 두고 먹으려던 케이크를 가족 중 누군가가 말도 없이 먹어 버렸을 때 "너무해! 왜 허락도 없이 남의 걸 먹어?" 하고 따지는 대신에 "아~'내'가 정말 먹고 싶었는데 '나'는 정말 아쉽네"처럼 주어가 '나'인 말투를 말합니다. 


이 책에 따르면, 애초에 '화'는 2차 감정이라고 합니다. 


1차 감정인 '서운함', '분함', '슬픔'이 먼저 있고, 그것을 상대방이 몰라주었을 때 '화'로 바뀌는 것입니다. 그럴 때는 "왜 함부로 남의 걸 먹는 거야!"라며 2차 감정인 '화'를 전하기보다는 1차 감정인 서운함을 나 전달법으로 전하면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나 전달법'의 장점은 상대방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기 때문에 상대는 '자신의 입장이나 상황이 존중받고 있다'라고 느낍니다. 따라서 상대에게 따지고 들어 용기를 짓밟지 않고 자신의 의사를 부드럽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것이 바로 '용기를 주는 대화법'입니다. 






다시 어제 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제 무등을 공격해 온 둘째 딸에게 말을 할 차례입니다. 저도 배운 것은 바로 활용해 보자는 생각이 불현듯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혜율이가 아빠랑 놀고 싶구나? 그런데 지금 아빠가 회사에서 일하고 와서 조금 피곤한데 10분만 쉬었다가 놀아주면 안 될까? 아빠도 당장 혜율이랑 놀아주지 못해서 아쉽네. 하지만 혜율이가 아빠를 조금 쉬게 해 준다면 아빠는 정말 기쁠 것 같아.

제 의도를 딸이 알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딸은 순순히 제 어깨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알았어~10분 있다가 올게~"라고 말하고 언니가 있는 방으로 유유히 사라져 갔습니다. 


겉으로 보면, 딸의 행동은 며칠 전이나 동일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어제는 제가 딸의 용기를 짓밟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는 차이는 자명합니다. 


어제 일을 계기로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가족 구성원이든 회사 동료나 부하직원이든 나의 말이 상대방에게 용기를 주는 말투인지, 아니면 용기를 짓밟는 말투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본다면 우리는 좀 더 따뜻한 인간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겠다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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