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내가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실행에 옮긴 사건들을 곰곰이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의 목표 또는 욕심이 계획에 머물지 않고 실행에 옮겨지게 된 결정적 힘은 무엇이었을까?
충남 당진의 한 시골 중학교를 졸업하고 대전으로 고등학교 유학을 떠나도록 내 등을 세차게 밀어준 힘은 결핍이란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 부모의 가난은 나의 정신적 결핍을 시멘트처럼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시골을 벗어나지 않으면 부모의 가난이 나를 거쳐 내 자식들에게까지 그대로 대물림되어 옮겨질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경각심은 아침에 눈뜨면 온 사방에 펼쳐진 결핍에서 시작되었다. 공부하는 시간보다 농사일 거드는 시간이 효도하는 길이라고 부모님, 동생들 심지어 마을 사람들마저도 전부 한편이 되어 나에게 울부짖었지만 나의 귀는 기능을 상실했다.
캐나다 어학연수 가기 위해 돈을 더 많이 모아야 했다.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난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교를 다녔다. 그런데 이번엔 어학연수까지 가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하루를 쪼개고 쪼개 더 많은 아르바이트에 도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휴학밖에는 길이 없었다. 나에겐 캐나다 어학연수라는 목표가 있었지만 결핍은 여전히 나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휴학하고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과외도 하고 호프집 아르바이트, 물탱크 청소 등 막노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비행기 표를 사고 출국하기 하루 전에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한 친구가 그 돈으로 어학연수를 진짜 가다니 대단하다고 나를 치켜세운다. 자기 같으면 옷 사고 술 마시는데 다 소비했을 거라며 부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싱가포르 MBA 입학도 마찬가지였다. 그 당시 나의 현실은 불만과 불안이 공존하는 결핍의 전성시대였다. 중소기업에 다니던 시절이었다. 난 모든 것이 불만이었다. 내가 맡은 업무도 나의 상사도 동료도 모두 불만이었다. 도약하고 싶었다. 그래서 새벽 4시에 회사에 출근해서 MBA 입학에 필요한 시험공부를 했다. 주말에도 집 근처 대학교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리고 MBA 졸업 후 외국계 기업과 대기업에 입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책 쓰기도 결핍이란 위기의식이 나를 변화시킨 결과물이다. 나에게 직장생활은 일시적으로 승인된 출입증처럼 여겨졌다. 출입증의 유효기간은 매년 업무 평가에 따라 연장되기도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조용히 만료되기도 한다. 그런 생각이 조금씩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래서 회사 이후의 삶을 지금 미리 대비해 놓지 않는다면 난 내 인생에게 미안해야 한다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되었다. 내 인생을 타인의 명령에 따라 이리저리 질질 끌려 다니도록 평생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믿기 시작했다. 출입증 배터리 잔존용량이 점차 사라져 간다는 위기의식과 결핍은 날 행동하게 만들었다. 내가 주인인 인생을 살다 죽고 싶었다.
내가 주인인 인생은 무엇인가? 우선 하루 24시간을 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선택하고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난 글을 쓸 때 인생의 주인공이란 숙명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글쓰기는 곧 내 삶의 의미이고 전부라고 생각한다.
결핍은 늘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결핍은 곧 불만이다. 불만이 있는 사람만이 변화를 모색하고 꿈을 꾼다. 나를 키운 8할은 바로 결핍이다. 결핍은 나의 샤크티, 곧 에너지다.
그러나 내 말을 오해하지는 말아달라. 아무런 대책 없이 회사 문을 박차고 의기양양하게 걸어 나오면 안 된다. 대비책을 마련하라는 의미의 ‘Have a 2nd string to one’s bow’이라는 영어 표현이 있다. 첫 번째 줄이 끊어질 것을 대비하여 미리 당신의 활에 두 번째 줄을 준비하라는 의미다. 직장이 당신의 첫 번째 줄이고 그 줄의 생명력이 곧 요단강을 건널 낌새가 느껴진다면 어서 서둘러 두 번째 줄의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당신의 활은 두 번째 줄이 있는가?
인생은 공평하다. 누구나 감당할 만한(초기에는 죽을 것처럼 견디기 힘들지만 점차 시간의 풍화작용으로 고통의 강도도 퇴색해지기 때문에) 결핍 한 두 개는 등에 짊어지고 살아간다. 당신은 결핍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삶을 바라보는 각도를 조금만 비틀어 보자. 결핍 속에서 빛나는 가능성이 보일 것이다. 그 가능성의 등에 올라타고 힘껏 변화의 중립지대를 통과하길 바란다. 왜냐하면 결핍의 터널 반대편은 늘 행복의 햇살이 춤을 추기 때문이다.
자. 이제 당신 차례이다. 결핍의 터널 입구에서 있는 당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그리고 천천히 그 터널 속으로 들어가자. 긴 여행을 떠나기 전에 준비물을 꼼꼼히 챙겨야 하듯이, 여러분 손에도 결핍 속에서 빛나는 가능성을 연마하는 도구인 습관을 제대로 챙겼는지 다시 한번 더 점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