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라는 영화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많은 것을 깨달았는데요. 이 영화에서 제 눈을 사로잡은 장면은 업그레이드된 인간들의 미래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악당의 우두머리가 주인공에 의해 살해된 부하 악당의 눈을 통해 지금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든 정보를 순식간에 빼내는 모습을 보고 놀라워했습니다.
과연, 미래 사회에서는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인간의 뇌에 관한 연구가 발달한다면, 다른 사람의 뇌를 서로 연결해서 직접 정보를 교환하는 기술이 머지않아 개발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인간의 주요 의사소통 수단인 말하기와 글쓰기의 능력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 박사 학위를 받은 문석현 박사는 그의 저서 <미래가 원하는 아이>에서 '말하기와 글쓰기 기술은 미래 사회에서도 여전히 가치가 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계속 커질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문석현 박사는 과거 권력자들은 글을 함부로 못 쓰게 하고 말을 함부로 못 하게 만들어서 권력자 이외의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려고 애를 썼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비교적 자유롭게 말과 글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제는 말과 글이 누구에게나 무기가 되고 주객이 전도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석현 박사의 아래 주장은 깊이 새겨 들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권력을 쥔 사람이 말을 하고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오히려 권력(영향력)을 가지게 된다.
이처럼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는 능력은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역량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말하기와 글쓰기의 토대가 되는 아이들의 독서 습관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암담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만 19세 이상 성인 6000명과 초등 4학년 이상 초중고생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후 발표한 '2017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놀랍게도 우리나라 성인 40%(10명 중 4명)가 종이 책 독서량이 '0'권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간 종이 책 독서량은 성인의 경우 평균 8.3권으로 1994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우리 학생들은 어떨까요?
2017년도 학생 전체의 연간 평균 독서량은 28.6권으로 지난 2015년도 29.8권에 비해 1.2권 감소했습니다. 이처럼 학생들도 예외 없이 독서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중학생이 되면서 평균 독서량이 급격히 하락합니다.
초등학생의 연간 평균 독서량은 67.1권이지만, 중학생이 되면 18.5권으로 대폭 줄어듭니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면 이 숫자는 8.8권까지 하락합니다. 심각한 수준입니다.
왜 이렇게 우리는 책을 읽지 않을까요?
책 읽기 어려워하는 이유로는 성인 학생 모두 '일(회사, 학교, 학원)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성인 32.2%, 학생 29.1%)'라는 응답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운영하는 ‘습관 실천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른들의 하소연 중 압도적 1위 또한 ‘시간이 없다’입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이유는 다양합니다. 친구 모임, 육아, 회식, 야근, 여행, 해외출장 등 구체적인 실패 이유는 다르지만 근본적인 실패 이유는 시간 부족으로 수렴됨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서, 친구 모임 또는 회식으로 과음해서 습관을 실패한 것도 따지고 보면 습관 실천할 시간이 없다는 의미보다는 습관을 실천하려 했지만 친구 모임이 잡혀서 습관 실천하기로 한 시간을 친구 모임에 대신 사용했다는 변명에 불과합니다.
결국 시간이 없다는 말은 정말 습관 하기 귀찮고 싫었는데 때마침 근사한 핑곗거리가 생겨서 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책 읽기 어려워하는 이유 중 어른 2위, 청소년 3위를 차지한 ‘휴대전화 이용, 인터넷, 게임하느라’ 또한 인상적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참 많은 고민을 합니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건가?’ ‘돈도 좀 모아야 하는데, 살도 좀 빼야 하는데 어떡하지?’라고 걱정을 하며 살아갑니다.
이런 우리들에게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디지털 마케팅 분야의 선구자로 유명한 ‘게리 베이너 척’ 은
“25살에 생길 일을 22살부터 엄청나게 걱정하지만 매일 페이스북 블로그 인스타그램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4시간 반을 허비하고 있다”
라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말도 SNS 할 시간은 4시간 반이나 있지만, 책 읽을 시간은 1분도 없다고 변명하는 우리의 현실을 잘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학생들이 책 읽기 어려워하는 이유 2위가 바로 '책 읽기가 싫고 습관이 들지 않아서(21.1%)'로 나타났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엄마 아빠가 하루 4시간 반은 기꺼이 SNS에 낭비하면서 책 읽을 시간은 없다고 하소연하는데 그들의 자녀들이 어려서부터 독서 습관을 형성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 보입니다.
반면에 뇌 과학 기술이 발달한 미래 사회에서는 우리 아이들의 말하기와 글쓰기 능력은 그 가치가 계속 증가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말하기와 글쓰기는 상대방의 공감을 이끌며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생각을 조금씩 바꿔나감으로써 사회에 영향력(권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미래 사회에서 인공지능과 경쟁하며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 중요한 말하기와 글쓰기 능력의 기초 체력은 바로 책을 읽는 습관에서 비롯됩니다.
만약 여러분이 SNS에 하루 4시간 반을 소비하는 엄마 아빠라면, 오늘부터 아이들 앞에서 책을 거꾸로 들고 읽더라도 하루 10분만이라도 책을 읽는 척이라도 하시길 바랍니다.
책 읽는 부모 밑에 책 읽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결국 그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 사회를 움직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