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게으르지 않다
여러분은 혹시 살면서 어떤 중요한 일을 뒤로 미루다가 낭패를 본 경험들이 있지 않나요? 저도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런 경험이 많이 있었는데요.
대학교 시절 중간고사 또는 기말고사 시험 일정을 1달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평상시 미리 공부는 하지 않고 펑펑 놀다가 결국 시험 2~3일 남겨 놓고 벼락치기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당연히 시험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새해 목표도 마찬가지였어요. 배에 식스팩을 만들고 싶어서 '매일 헬스장에서 1시간 운동하기'란 목표를 세우고 헬스클럽 1년 정기 이용권을 끊어 놓고 일주일 정도는 열심히 다닌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야근과 회식 그리고 친구와의 약속이 있는 날은 차일피일 미루다가 어쩌다 한 번 가는 날이면 이제까지 못한 운동을 만회하려는 듯이 미친 듯이 2시간 운동을 합니다. 그리고는 다음 날 지쳐서 또 몸이 좀 괜찮아지면 가야지~라고 미루곤 하였습니다.
여러분들도 이런 미루는 습관으로 학교 성적도 하락하고 식스팩은 못 만들고 매년 헬스장에 갖다 바친 돈만 몇 십만 원인 악순환을 경험해 본 적이 한두 번은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미루는 습관이 우리의 게으름이나 집중력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되겠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작가이자 방송인이며 심리학 강사인 클라우디아 해먼드는 그의 저서 <어떻게 시간을 지배할 것인가>에서 미루는 습관의 원인을 아래와 같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래에 더 많은 자유 시간을 가질 것이라는 낙관주의는 이처럼 미루는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의 주장처럼 미래에는 우리가 지금보다 시간이 더 많이 있을 거라고 막연히 낙관하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1주일 동안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들을 일정에 집어넣는 실수를 저지르고는 합니다. 그리고는 막상 그 일을 처리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면 뒤로 미루기 시작하지요. 그의 설명을 조금 더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오늘 가야 할 헬스장을 내일로 미루면서 내일은 반드시 가겠다고 결심한다. 미래에 관해서라면 끊임없이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다. 앞으로는 나아질 거야, 앞으로는 정리가 되겠지, 하면서 말이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능력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매년 새해 결심을 할 때 무리하게 계획을 잡습니다. 참 신기한 일입니다. 분명히 우리는 과거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올해만큼은 반드시 더 많은 자유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는 낙관론의 함정에 다시 빠져버립니다.
그리고는 이것저것 많은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자랑스러워합니다. 언제까지요? '흠. 올해도 글렀군. 뭐 어때~내년에 다시 하면 되지 뭐~'라고 미루는 습관에게 하얀 수건을 던지며 항복할 때까지 말이죠.
그런데 왜 우리는 미래에는 시간이 많이 있을 거라는 낙관주의에 반복적으로 빠지게 될까요? 그 이유는 먼 미래에 벌어질 일들에 대해서는 상황을 간소화시키고 중요한 요소들을 제거하기 때문에 1년 후에도 지금처럼 바쁠 것이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제가 2019년에 습관 칼럼을 블로그에 52개 포스팅하는 목표를 세웠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목표를 잡을 때는 뿌듯합니다. 이 목표가 다 이루어진 미래를 상상하며 기쁨의 호르몬이 온몸을 감싸는 듯한 희열을 느끼지요.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아도 빈틈이 없어 보입니다. 1년에 52개 포스팅이니 일주일마다 1개의 칼럼만 포스팅하면 됩니다. 식은 죽 먹기라고 상황을 간소화시켜놓고는 흐뭇하게 미소를 짓습니다.
하지만, 블로그에 1개의 습관 칼럼을 매주 포스팅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아떨어져야 가능합니다. 여기서 톱니바퀴를 어긋나게 하는 몇 가지 예를 들어 볼까요?
회사 업무로 2주 해외 출장을 간다든지, 몸이 아파서 도저히 글을 쓸 수 없는 상황이거나,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쥐어 짜내야 하는 상황 또는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수리를 맡겨야 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아이가 아파서 돌봐줘야 하는 상황, 시어머니의 갑작스러운 방문으로 등에 식은땀이 나기 충분한데 시어머니가 손을 뻗어 냉장고 문을 열려고 할 때 감정 스크래치로 며칠 동안 힘든 상황이 지속되는 경우 등이 좋은 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 삶의 여러 가지 변수들을 제거함으로써 작년에도 빠져서 허우적거렸던 낙관주의라는 함정에 다시 빠져버리게 되는 우를 범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어떤 일이 걸리는 시간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가리켜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우리 본인의 계획을 잡을 때는 이런 자세한 사항을 무시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에 다른 사람의 계획에 훈수를 둘 때는 자세한 사항을 더 자세하게 고려하는 이상한 버릇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목표에 대해 참견할 때는 자신이 비슷한 일을 했을 때 경험한 일들, 예를 들면, 몸이 아팠던 경험이나 야근, 회식, 쌓여가는 집안일로 인한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와 같이 일을 마무리하는데 방해가 되었던 요소들을 샅샅이 찾아내어 충고합니다. 그러나 중이 자신의 머리를 깎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 자신의 목표를 세울 때는 이 모든 정보를 무시하고 주요한 특징에만 초점을 맞춰 무리하게 목표를 세웁니다. 참 흥미롭습니다.
# 요약하면
지금까지 우리는 게으른 사람이란 프레임 속에 갇혀서 무던히도 오해를 받고 그로 인해 스스로 자책하며 살아온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태생적으로 게으른 사람들이 절대 아닙니다. 다만 첫 단추인 계획 단계에서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에 한 눈을 팔아 '계획 오류'라는 고속도로에 잘못 들어선 것뿐입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목표에 참견할 때 깐깐하게 고려했던 방해 요소들을 나에게도 그대로 고려하여 계획을 잡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당당히 게으른 사람이란 오명에서 벗어나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계획과 실행은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실행을 하더라도 매일 반복적으로 그 일을 지속한다는 것 또한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계획 오류에서 벗어나 올바르게 세운 계획을 어떻게 실행에 옮기고 오래 그 일을 지속할 수 있을지 그 방법에 대하여 2부에서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