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기상에 성공하는 방법
여느 평일의 저녁처럼, 일곱 살이 된 작은 딸을 재우려고 밤 11시에 침대에 함께 누웠다. 늘 그렇듯 30분 정도 잠을 안 자려는 딸과 실랑이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딸과 함께 스르르 잠이 들어 버렸다. 딸을 재우고 나서 책을 읽으려던 나의 애초 계획이 틀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다 새벽에 갑자기 잠이 깼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늦잠을 자버려 출근 시간을 놓친 평일의 직장인처럼 난 헐레벌떡 침대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마치 어른의 손으로 눌려져 웅크리고 있다 손을 떼자마자 튕겨져 나가는 스프링처럼 탄력적인 움직임이었다.
스프링같이 탄력적인 젊음의 동작을 내 늙은 몸이 재현했다는 사실에 흠칫 놀랐다. 일어나자마자 난 화장실로 들어갔고 변기에 앉아 볼일을 본 후 양치질을 하고 세수를 했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 핸드폰 메모장을 열고 지금 이 글을 써 내려 간다.(그리고 나중에 핸드폰 메모장에 써 놓은 초안을 다듬고 살을 붙인 후 브런치에 옮겨 적는다)
기말고사 시험을 하루 앞둔 고등학생처럼 긴장한 것도 아니었고 소풍을 간다거나 결혼을 한다거나 해외여행을 떠나는 설렘과 행복에 잠이 깬 것도 아니었다. 악몽을 꾼 것도 아니었고 긴급한 생리현상을 해결해야 할 상황도 아니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평온한 잠자리였을 뿐이다.
특수한 감정상태에 매몰된 것도 아니고 생리현상도 아니라면 과연 원인이 무엇일까?
나는 평상시 나 혼자만의 시간이 부족했다. 나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책도 읽고 생각도 정리하며 글을 쓰는 행복감을 느끼고 싶은데 쉽지 않다. 왜냐하면 난 직장인이며 아빠이며 남편이고 아들이란 다양한 일상의 배역을 소화해 내야 하기 때문에 내 시간이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 하루 중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창조해 내는 것이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 아이들이 잠자리에 든 밤 12시 이후나 아니면 새벽 4시 즈음이 아무도 침범하지 않는 나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기에 그나마 확률이 높은 시간대이기에 그 시간을 활용하려 한다.
이런 나의 무의식적인 갈망을 내 몸이 기억하고 있기에 날 그 새벽에 벌떡 일어나게 한 원동력일 수 있다. 달리 말해 습관처럼 시간만 주어지면 책을 읽고 글을 쓰려는 욕망이 날 꿈속에서 구원해 준 것일 수도 있다.
만약 시간이 펑펑 주어지는 여유 넘치는 일상이었다면 불가능했을 테지만 나에게 시간은 요즘 금처럼 소중하게 느껴진다.
혹시 글을 쓰고 싶은 나의 욕망이 잠들어 버린 내 몸을 벌떡 일으키는 신비한 요술을 부린 것은 아닐까?
여러분은 새벽에 일어나서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해 본 경험이 있는가? 만약 새벽 기상을 해 본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얼마나 지속적으로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힘든지 알 것이다.
나도 처음 2016년 2월부터 습관을 본격적으로 실천하면서 출근하기 전에 누구도 침범하지 못할 2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려고 계획을 세웠다. 처음 몇 개월은 열정도 뜨거웠고 무엇보다 습관이란 콘텐츠를 제2의 경력으로 삼게 되면서 새벽에 설레는 마음으로 벌떡 일어날 수 있었다.
뜨거운 동기, 설렘, 새벽 기상 그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쓴 다음의 성취감을 느끼고 출근하는 선순환이 영원히 지속될 것 같았다.
하지만, 삶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회식 때문에 과음을 하거나, 아이들이 잠 안 자고 우는 날은 잠을 늦게 자는 바람에 알람 소리를 못 들어서 새벽 기상에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알람 소리를 못 들어서 새벽 기상에 실패한 날은 그나마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어서 일어나야지 뭐 하고 있어?'라고 다그치는 마음과 '오늘은 피곤하니 그냥 자자'라는 달콤한 유혹의 마음 이 서로 줄다리기를 하는 날에는 여지없이 실패하곤 했다.
그런데 왜 몸이 피곤하고 스트레스받은 날에는 '오늘만 그냥 좀 더 자자'라는 뇌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늦잠을 잤던 것일까?
멜 로빈스가 쓴 <5초의 법칙>을 읽어보면, 커다란 2가지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첫째는 변화에 필요한 초기의 힘인 <활성화 에너지>가 그 운동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평균 에너지 양보다 훨씬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우리가 우리의 감정에 지배당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이유인 활성화 에너지의 사전적 의미는 최초 화학반응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를 말한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바로 첫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활성화 에너지의 양이 그 화학반응을 계속 유지하는데 필요한 평균 양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달리 말해서, 새벽에 기상하기 위한 최초의 활성화 에너지가 기상 이후의 활동들, 독서라든가 신문 읽기보다 더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초기 활성화 에너지가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만큼 우리가 새벽에 일어나기 힘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위로가 좀 되지 않는가?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우리가 우리의 감정에 지배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뇌의 마법사'라고 불리는 미국의 신경학자인 안토니오 다마시오에 따르면, 95%의 사람들은 감정에 따라서 결정을 내린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서, 직장인들의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인, '오늘 점심으로 뭐 먹을까?'라고 묻는 것도 실제로는 생각을 묻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묻는 것이라고 한다. 즉, '오늘은 뭐 먹고 싶은 기분일까?'라고 묻는 셈이라고 한다. 그 기분에 따라서 점심 메뉴를 선택하게 된다는 의미다.
나의 경우에 대비해봐도, '오늘은 정말 피곤한데 새벽에 일어나야 할까?'라고 생각을 묻는 것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오늘은 정말 피곤한데 새벽에 일어나고 싶은 기분일까?'라고 묻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새벽 기상에 성공할 확률을 높일 수 있을까?
첫 번째 이유였던 활성화 에너지에 대한 해답에 대하여 <5초의 법칙>의 저자인 멜 로빈스의 조언을 들어 보자.
목표를 향해 행동하고 싶은 본능이 생기는 순간, 5,4,3,2,1 숫자를 거꾸로 세고 몸을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머릿속에서 방해할 것이다.
숫자를 5부터 1까지 거꾸로 세는 일은 변화에 필요한 강력한 초기 에너지를 만드는 준비 과정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숫자를 세는 동안 우리의 뇌는 변명 찾기에서 관심을 돌려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집중하도록 돕게 된다.
두 번째 이유인 우리의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행동 우선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왜냐하면 행동을 하면 우리의 감정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행동이 어떤 감정을 일으킨다’는 제임스-랑게 이론(James-Lange Theory)은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884년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감정이란 무엇인가」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서 그는 “우리는 곰을 보고 무서워서 도망간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도망가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낀다”라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기에 덴마크 심리학자 랑게도 같은 학설(“울고 있기 때문에 슬픔을 느낀다”)을 제안해 제임스-랑게 이론이 완성되었다.
이 이론의 요지는 ‘실행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행동을 하면 감정도 그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흔한 예로, 기분이 좋아서 미소 짓는 것이 아니라 미소 지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말도 있듯이 말이다.
또한 동일한 만화를 보고도 볼펜을 코와 윗입술 사이에 물게 한 그룹(얼굴을 찡그리는 모양)보다 위아래 어금니에 물게 한 그룹(웃는 모양)이 더 재미있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는 '안면 피드백 가설'도 좋은 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나는 직장 상사에게 질책을 당한 날은 감정이 엉망이고 우울해서 팔 굽혀 펴기 5회라는 습관을 실천할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심지어 팔 굽혀 펴기 1개도 할 힘도 의욕도 없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팔 굽혀 펴기 1개를 하고 나면 뇌도 관성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에 2개를 하고 10개를 하고 20개까지 하게 되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되었다. 관성의 법칙이란 우리 뇌는 1개를 하고 멈추는 에너지나 1개를 더 실천하는데 소비되는 에너지는 동일하기 때문에 하던 일을 계속하려는 경향을 일컫는다.
결국 팔 굽혀 펴기 1개에서 멈추지 않고 20개 30개까지 하게 되니 습관을 실천하기 전에 할까 말까 고민하던 우울한 감정은 사라지고 기분이 한결 좋아지는 경험을 종종 했다.
이처럼, 열정이 식은 후에 새벽 기상에 자주 실패하는 분들은 '5,4,3,2,1 일어나자'라고 말하며 강력한 초기 활성화 에너지를 만들어 보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행동을 하면 감정도 그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알람 소리를 듣고 무조건 몸을 반 바퀴만 돌려 보라. 그러면 관성의 법칙을 따라서 한 바퀴를 돌게 되고 두 바퀴 정도 도는 행동이 일어나기 싫은 감정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참고로, 나는 두 가지 방법을 모두 활용하는 편이다. 먼저 5초의 법칙을 이용해 보고 효과가 없으면 두 번째로 몸을 반 바퀴 돌리기 시작해서 3바퀴 정도까지 돌려 보면 효과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새벽 기상에 성공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원동력은 바로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것 자체에서 오는 미션 수행이 아니라 그 새벽에 일어나서 나를 흥분시키는 일(Task)을 하며 내 꿈의 밭을 경작한다는 성취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미라클 모닝의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힘들게 일어나서 책상에 앉았지만 ‘오늘은 무얼 하지?’라고 고민하다가 인터넷 서핑을 한다거나 유튜브 시청을 하면서 어렵게 마련한 나만의 소중한 새벽 시간을 낭비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따라서, 우리가 새벽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강력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나를 가슴 뛰게 만들어 주는 목표가 있어야 새벽 기상의 의미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야 지속할 수 있다.
하지만 새벽 기상이라는 핵심 습관이 초반에 잘 정착하게 하려면 위에서 언급한 2가지 방법, 즉 5,4,3,2,1을 거꾸로 세면서 뇌가 우리를 유혹하는 순간을 차단하거나, 몸의 관성의 법칙을 이용하여 침대에서 옆으로 반 바퀴 만이라도 움직이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