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아이들이 나 빼놓고 크루즈 여행을 다녀왔다.
몇 해 전부터 가려고 계획했던 여행이었는데 올해 어린이날 연휴 기간을 이용해서 4박 5일 동안 다녀온 것이다. 난 아쉽게도 회사에 중요한 보고가 잡혀 있어서 함께 가지는 못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무척 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지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아이들에게 여행은 어땠는지 물어보았다. 초등학교 4학년인 큰 딸은 대뜸 이렇게 대답한다.
“너무 재미있었어. 시간이 빨리 흘러가서 아쉬웠어. 한 달은 더 놀고 싶더라”.
웃으며 말하는 딸의 말을 듣고 난 살짝 당황했다. 속으론 ‘아빠가 보고 싶어서 빨리 집에 오고 싶었어’ 란 답을 기대하며 물어본 내 숨은 의도를 들킨 듯 얼굴이 붉어졌다. 그래도 한 달은 더 놀아야 될 만큼 아쉬울 정도로 즐기다 왔다니 다행이다 싶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걱정도 되었다.
아직 초등학생이니까 여행 가서 재미있게 놀다 혹시 하루 이틀 습관을 빼먹은 것은 아닌지 궁금해졌다. 물론 여행을 떠나기 전에 습관 계획표를 잊지 않고 챙겨 가긴 했지만 챙겨 간 것과 실천한다는 것은 큰 차이가 있으니까.
혹시라도 습관 계획표가 여행 가방 깊숙이 쳐 박혀 있어서 빛 한번 못 보고 그대로 온 것은 아닐까 걱정하며 큰 딸에게 물어보았다.
“은율아~ 습관은 어떻게 했어?
내 질문에 배시시 웃기부터 한다. 그리고 그런 걸 왜 물어보는지 의아하다며 대답한다.
당연히 했지. 난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아이거든~
기특했다. ‘나는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아이’라는 정체성이 확립이 되어가고 있어서 무엇보다 기뻤다.
아래 141주차 습관 계획표는 2019년 4월 29일부터 5월 4일까지 일주일 동안의 습관 계획표다.
5월 2일부터 5월 6일까지 크루즈 여행을 갔다 왔으니 141주차 습관 계획표 중 3일 동안은 여행 중에 습관을 실천한 것이다.
나는 '아빠 생각'이란 피드백 공간에 '5.2일부터 4박 5일 크루즈 여행 중에도 습관을 실천한 은율이를 칭찬해'라고 칭찬해 주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은율이는 2016년 5월 6일부터 습관을 시작했다.
첫 시작은 아빠인 내가 책을 읽고 밑 줄 친 문장을 노트에 옮겨 적는 습관을 호기심에 따라 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약 3개월 뒤인 8월 1일부터 습관 계획표에 1주차 습관 계획표에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벌써 습관을 시작한 지 3년이 넘었다.
처음엔 아빠의 메모하는 습관이 재미있어 보여서 따라 한 것뿐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습관을 실천하는 날이 늘어나면서 은율이는 ‘난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아이, 포기하지 않는 아이’라는 정체성을 시나브로 갖게 된 것이다. 3년 동안 습관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실천한 결과라고 믿는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는 이렇게 말한다.
‘삶에서의 경험 하나하나는 자아상을 조정한다. 그렇지만 공을 한 번 찼다고 해서 누구나 스스로를 축구하는 사람으로 여기진 않는다. 하지만 이런 행위를 반복해나가면 증거가 서서히 쌓이고, 자아상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한 번의 특별한 경험은 그 영향력이 서서히 사라지지만, 습관은 시간과 함께 그 영향력이 더욱 강화된다. 즉, 습관은 정체성을 형성하는 가장 큰 증거가 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습관을 세운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말에 나도 적극 공감한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서 출근하기 전까지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벌써 3년이 넘었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나는 글을 쓰는 사람, 나는 흔들리지 않는 하루 루틴이 있는 사람, 그래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라고 나 스스로를 생각하게 되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난 3년 전까지만 해도 책 한 권 읽지 않았던 사람이다. 그러니 글 한 줄 쓸 줄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썼더니 ‘나는 습관을 통해 삶이 변할 수 있다는 용기의 글을 쓰는 사람’이란 정체성이 조금씩 강화되기 시작했다.
내 정체성의 증거가 습관을 실천하면서 쌓여가자 나 스스로 ‘습관에 관한 용기의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점차 믿게 되었다.
나는 평범한 중년의 남자다.
지금까지 난 삶이 내 준 다양한 숙제를 대부분 회피하면서 살아왔다. 가급적 편안하고 안락하게만 살려고 했다.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없었기에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용기도 없었다. 실패가 두려웠다. 그래서 내 삶은 상처투성이였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조차 모르며 살아왔다.
그래서 방황도 많이 했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정체성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어린 시절 나 스스로를 믿는 정체성이 수립되어 있었다면 내 삶은 분명 지금과는 다른 궤적을 그렸을 것이다.
그래서 은율이가 기특하다.
‘나는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아이, 포기하지 않은 아이’란 믿음 하나만으로도 나보다는 세상이 내 준 도전에 당당히 용기 있게 맞설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