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

(아빠 6학년)

by 재학

외할머니와 종서 형이 왔다.

소 풀을 베고 있는데 조그마한 할머니가 천천히 들어오셨다. 멈추고 한참을 있다 외할머니라는 것을 알았다. 너무 늙으셔서 못 알아봤다. 지팡이를 짚는 건지 끄는 건지 구분이 안 되었다.

고구마를 가지고 왔다고 주막에 가보라고 하셨다. 내가 좋아하는 고구마를 갖고 오시다니. 달려갔더니 종서 형이 그 옆에 앉아 지키고 있었다.


외할머니가 왔다 가시면 무언가 하나씩 생겼다. 우리 동네 몇 집 없는 재봉틀도 외할머니가 오시고 생겼다. 그 귀한 재봉틀이 조금 다쳤다. 등잔을 너무 가까이 두어서 칠이 녹아 버린 것이다.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나 보니 호롱불이 거기에 닿은 것이다. 얼른 치웠지만 조금 탔다. 어머니가 재봉틀을 어루만지며 속상해하시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아팠다.


1975. 8. 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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