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반장
선생님은 왜 그렇게 자주 교무실을 가셨는지, 한 번 가면 왜 그리 오래 머무셨는지 모르겠다. 난롯가에 모여 담배 피고, 퇴근 후 학교 앞 주막에 모일 거리 이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수업 중 교무실에 간 선생님이 돌아왔을 때 교실은 모두 기수 같아야 했다. 산수 문제를 푸느라 선생님이 들어오시는 것도 모르고,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아 눈앞 30cm 거리의 책장 넘기는 소리만 들려야 했다. 칠판 앞에 반장이 의젓하게 서 있고, 간혹 떠든 아이 몇 명인가 이름이 적혀 있어야 했다. 기수가 반장인 교실은 그래야 했다. 그런 모습이었다면 기수의 초등학교 기억이 남았을까? 선생님이 나간 교실은 한 명의 모범생과 49명의 반장으로 변했다. 종이비행기가 날고, 딱지 내려치는 소리가 요란했다. 반질반질한 마룻바닥에 딱지 부딪치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놀이에 집중한 아이들은 선생님의 실내화 소리를 듣지 못했고, 드르륵 열린 뒷문으로 화난 얼굴이 등장하고 나서 멈췄다. 매일의 일상이었고, 그 몫은 오롯이 반장에게 돌아왔다. 책임감 강하고 성실한 반장이 변명을 했냐고?
“반장이 뭐 하고 있어. 이놈아.”
“조용히 못시키고…”
온 눈 가득 못난 놈이라 질책하는 선생님의 눈빛이 싫었고, 동전의 양면처럼 변하는 친구들이 미웠다. 성실함에 강한 기질까지 겸비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선생님은 자주 교실을 비웠다. 수업의 절반이 자습이었다. 가끔은 급사가 종 치는 것도 잊어 먹었다. 선생님이 비운 교실에서 기수는 왕이어야 했다. 칠판에 이름 적는 것에 더하여 체벌권도 갖은 막강한 권한으로 선생님의 부재를 관리해야 했다.
“반장!”
한마디 하고 교실 문을 열고 나가시는 선생님의 실내화 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잠시 후 아득히 먼 곳에서 교무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나면 기수도 따라 교실을 나섰다. 물론 화장실 간다는 핑계를 대고서. 오줌 때가 누렇게 붙은 벽 앞에서 나오지 않는 소변 자세로 교무실을 주시했다. 교무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재빨리 바지를 추켜 올리고 교실로 뛰었다. 선생님이라는 배경이 없는 곳에서 기수는 공부 잘하는 아이도,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타의 모범이 되어 반장으로 임명한 아이도 아니었다. 외롭고 나약한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