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6학년)
오늘은 슬픈 날이다.
우리 하훈이누를 동네 청년들이 잡아가 버렸다.
중학교 납부금을 내려고 판 것을 동네 사람들이 사서 잡아먹는다고 했다.
고속도로 옆에서 잡는다고 하는데 나는 너무 슬퍼서 따라가지 않았다.
하훈이누는 영리했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마당에 쥐가 3~4마리 죽어 있다.
밤새워 하훈이누가 잡아다 놓은 것이라고, 칭찬받을라고 일부러 모아 놓는 거라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을 내가 치우면서 하훈이누를 칭찬해 주었다.
학교 갔다 오면 함께 사냥도 다녔다.
뒷산에 꿩 집을 알고 있는데 어떤 날은 아침 일찍 하훈이누를 데리고 갔다. 살금살금 가면 좋은데 펄쩍펄쩍 뛰어서 꿩이 날아가게 만들어 버린다. 그럴 때면 나한테 야단을 맞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뛰어다닌다.
하훈이누와 내가 좋아하는 길이 있다.
고속도로 옆 철조망 길이다.
누가 더 빠른지 달리기 시합을 하는 곳이다.
거의 비슷하게 달린다.
이런 하훈이누가 없어지다니 너무 슬프다.
동네 몇 사람이 새끼줄을 갖고 들어올 때까지 몰랐다.
아버지께서 하훈이누를 부르시자 다다 가는 것을 동네 사람이 새끼 줄로 묶어 버렸다. 그때서야 알아차린 하훈이누가 발버둥을 쳐서 빠져 도망을 가 버렸다. 얼마나 다행이던지. 하지만 미련한 하훈이누가 조금 있다 돌아왔다. 내가 정지간으로 들어가자 나를 찾아 다시 온 것이다. 나는 얼른 뒷문으로 나가 동네 사람이랑 아버지가 눈치 못 채게 눈 뭉치를 던지며 쫓았다.
그때 다시 아버지께서 나타나신 것이다.
하훈이누는 아버지한테 갔고 동네 사람한테 붙잡혀버렸다.
하훈이누를 잡는데 앞장 서신 아버지가 무척 원망스럽다.
다음 옥과장에서 새끼 강아지를 한 마리 사 오신다고 하는데 그래도 슬펐다.
새끼 한테는 하운드라고 이름을 지어야겠다.
1976. 1. 10 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