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력

(아빠 6학년)

by 재학

오늘은 울력을 했다.

동네 들어오는 길을 넓히는 일이었다.

한 집에 한 사람씩 나와 일을 했다.

일하는 사람들 애쓴다고 우리 집에서 고구마를 삶아 주었다.

아버지가 반장이라 내는 것인데 오전 내 두 솥이나 삶았다.


그런데 일도 안 하고 고구마만 먹고 있는 사람,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막 먹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정지까지 삽을 들고 들어와서 익지도 않은 고구마를 막 꺼내 먹는 사람도 있었다.

오후에는 쇠죽솥에 삶았는데 아주 일도 안 하고 먹기만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실 동네 사람들은 고구마를 먹으면서도 가난 한 살림에 고구마를 함부로 준다고 오히려 욕을 했을 것이다.

이런 것이 너무 싫다.

이럴 때면 어서 빨리 집을 벗어나고 싶다.

어제는 부산에 사는 고모할머니 조카, 상용 아저씨한테 거기서 내가 할 일이 있는지 물어봤다.

아저씨가 돌아갈 때 몰래 따라가버릴까 생각 중이다.


1976. 1. 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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