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쁠 것 없어

5. SM5

by 재학

자그마한 몸집의 여사장은 거인이었다.

노력이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세 줄기 녹색 기둥이 나란히 서 있는, CB 푸드 마크가 찍힌 제품은 S 등급이라는 보증이 되었다. 긴 터널의 시간 동안 창순도 농부가 되었다. 집에서보다 농부들과 흙을 뒤집고 거름을 져 나르며 농사꾼으로 지낸 시간이 더 많았다. 창순이 책상 위 컴퓨터 모니터보다 현장으로 달려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창순은 아침을 먹으면서도 결정을 하지 못했다.

회사 차를 갖고 갈까? 회사 차는 부담이 없다. 주유, 통행료, 심지어 사고가 나도 회사 이름이면 해결된다. 하지만 주차장에 벌써 한 달째 서고 있는 15년이 넘은 에스엠을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에스엠도 달리고 싶을 거다. 처음 에스엠은 예뻤다. 미색의 유선형 차체는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게 했다. 가족들을 태우고 얼마나 많이 돌아다녔는지. 그렇게 예뻤던 에스엠도 나이를 먹었다. 고속도로에 올라서면 100㎞를 넘기기 위하여 엄청난 소리를 질러 대고 연료를 먹었다.


식사를 마칠 때까지 결정을 못 했다.

밥을 먹고 신문을 뒤적일 때도 마찬가지 상태였다. 칫솔을 입에 물고 거울을 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했다. 순간 결심이 섰다.

‘에스엠을 가지고 가자. 너무 오랫동안 세워 놨어. 보닛에 앉은 먼지를 봐도 가슴 아프다. 엔진에 녹이 슬 것만 같다.’

에스엠 열쇠를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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