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쁠 것 없어

6. 좋은 차에 대한 기준

by 재학

창순이 자동차를 선택하는 기준은 명확하다.

소리가 좋은 차, 심장 소리 좋은 차가 명차다.

에스엠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좋다. 조금 더 힘차게 울부짖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 정도라도 소리를 내준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15년이 넘었어도 소리는 여전하군.’

주차장을 빠져나오면서 회사를 들렀다 갈까 이대로 고속도로에 들어설까 잠시 망설였다. 망설임은 머릿속에서만 있을 뿐, 몸은 습관적으로 회사를 향하여 운전대를 돌리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회사 옆 카센터를 들렸다.

낯익은 정비원이 아는 체를 한다. 언제나 명랑한 정비원은 오늘따라 유난히 호들갑스럽다.

“공기압 좀 봐주세요.”

“어디 가시는 거예요? 이 차 오랜만에 나오네요. 앞 두 바퀴는 3년이 지났지만 아직은 괜찮은데 뒤 두 개는 2009년 제품이네요. 이거 너무 오래됐는데… 여기 갈라진 곳을 보세요. 이거 잘못하면 터져요.”

“아직 닳지 안았는데...”

“에이, 타야는 6년 넘으면 안 돼요.”


고속도로를 탈 거라고 하니 더욱 조바심이다.

“최대한 조심히 달리세요. 이 상태로는 얼마 못 갑니다.”

사랑하는 에스엠이 측은하게 보였다.

‘그동안 에스엠에 너무 소홀했어. 새 차가 생겼다고(아내가 외제 차를 뽑았다.) 거들떠보지도 않고.’

새 차일 때는 애지중지 온갖 정성을 들이다 좌우 옆구리 몇 번 긁히고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의 설렘과 청순함을 잊어버렸다. 그렇게 그동안 얼마나 많은 새 차를 탐했던가. 대여섯 살 아이가 장난감을 수집하듯 창순도 이런저런 자동차를 찾아다녔다. 비싼 차를 찾아다닌 것은 아니다.

‘르망, 레토나, 소나타, 무쏘, 에스엠. 그동안 다섯 연인을 만났군.’


정비원의 배웅을 뒤로하고 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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