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쁠 것 없어

9. 하이패스 없는 차

by 재학

에스엠엔 하이패스가 없다.

운전석 옆 콘솔박스를 뒤져 동전을 찾으며 곡성 가는 길을 물었다. 땀 범벅으로 앉아 있는 중년의 계산원이 구수한 사투리를 섞어 가르쳐 준다. 게이트를 벗어나자마자 바로 표지판이 보인다. 80m 전방에서 우회전, 200m 직진하여 우회전, 1.5㎞ 직진하여 우회전, 18㎞쯤 가다 오른쪽으로 빠지는 길이 있다고 했다. 고맙다 하고 서둘러 출발했다.

‘그래 가 보자. 급할 것 없잖아.’

참, 에스엠에는 내비게이션이 없다.


계산원 말처럼 바로 앞에 오른쪽으로 나가는 1차선이 보인다.

쉽다. 금방 가겠다. 다음에는 200 미터라고 했지? 눈앞에 두 개의 우측 차선이 있다. 하나는 지하차도 전, 또 하나는 지하차도를 건너서. 앞의 길은 너무 가깝다. 다음 구간이겠지. 조금 달리니 엉뚱한 곳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서 있다. 아닌가? 더 가야 하나?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없다. 200미터가 아니라 2㎞는 달렸겠다. 지하차도 전에 우회전했어야 하나 보다. U턴하여 다시 돌아왔다. 돌아온 만큼 짜증이 솟으려 한다.

‘꼼꼼하지 못한 성격 탓이지 뭐. 바쁠 것 없잖아.’

우회전을 하니 넓은 도로가 나온다. 양방향 8차선이다.

‘이렇게 넓은 도론가? 상행선 타는 것 아냐?’

의심이 밀려든다. 차를 갓길에 세웠다. 스마트폰 카카오 내비게이션을 켰다. 인증을 하란다.

‘아~,’

뭔가 복잡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지난주, 큰아들이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칩만 바꿔 창순이 사용한다.

비밀번호를 입력하란다. 그걸 어떻게 기억해? 할 수 없다. 이럴 때는 창순도 함께 먹통이 된다.

‘아날로그로 가자. 직진하자. 안되면 다음 톨게이트에서 다시 돌아오면 되지. 이번에 우회전은 1.5㎞ 전방에서 하라고 했던 것 같은데. 1.5㎞가 이렇게 먼 거린가? 한참을 달린 것 같은데.’

오른쪽으로 나가는 길이 보인다. 표지판을 살피며 천천히 다가갔다. 맞다. 순창이라고 쓰여있다. 반갑다. 맞게 들어섰다. 왕복 4차선, 한가롭다. 지금까지 달려온 길 중 가장 한적한 도로인 것 같다. 제대로 들어섰다면 여기서부터 18㎞를 달려 우회전하면 된다.

‘한참을 달려야겠군.’


여유가 돌아오니 다시 상념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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