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상념
‘농장에 집은 어떻게 지을까? 한옥이 좋을까 노출 시멘트도 멋있는데... 농장을 만들려면 어느 정도의 땅을 마련해야지? 저런 산이 통째로 이면 좋을 텐데...’
상념이 실수를 불러온다.
표지판 직진 표시가 남원이다. 조금 전 지나친, 얼핏 망설임을 주었던 세 갈래 길에서 우측 차선을 탔어야 하나 보다. 지나쳤다. 자동차 전용도로라서 한참을 달려야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실수가 많군. 괜찮아. 바쁠 것 없잖아.’
10여 분 달리니 나가는 길이 보인다. 도로 아래로 내려가 U턴이다. 상념은 잠시 미뤄 놓자. 순창까지 30km라고 쓰여있다. 40분이면 되겠군.
안심의 한숨이 나온다.
‘저녁을 뭘로 먹지?’
갑자기 시장기가 밀려온다. 핫도그 하나로 때운 점심이 부족했나 보다.
‘고추장을 듬뿍 푼 매운탕을 먹을까?.’
‘백숙은 어떨까?’
‘간단히 갈비탕 한 그릇 먹고 말지 뭐.’
‘창고장 김주임이랑 소주나 한잔해야겠다.’
섬진강 상류 댐을 건너자 계곡이 나온다.
오가는 자동차 한 대 없다. 남부 지방도 이런 산골이라니. 주변이 어두워 온다, 벌써 어두워졌나? 이상하다. 계기판 시계는 4시를 넘어서고 있다. 아직 어두울 때가 아니다. 속도를 줄인다. 희뿌연 물체가 다가온다. 우유 통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다. 계곡이 사라지고, 가로수가 사라지고, 포장길이 없어졌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벌어졌다.